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제도개선방안 콘퍼런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문화예술지원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를 독자적인 정책결정 권한을 갖는 독립기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17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문체부 산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가 개최한 '블랙리스트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방안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블랙리스트가 작동했던 청와대·국정원-문체부-산하기관으로 이어지는 행정적 수직계열화의 긴밀한 명령체계를 최대한 약화시켜야 한다"며 "행정체계의 구조전환을 위해 문체부와 산하기관 사이의 위계적 관계를 각 산하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쪽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문예위를 정책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다른 문화예술 정책 집행기구들 간의 정책조정과 정책심의 참여 주체로서의 지위도 함께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한 "현장의 문화예술인들이 자조적 단체를 자유롭게 결성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문체부가 이러한 단체들과 실질적인 민관 정책협의체를 운영함으로써 정책 결정과 감시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블랙리스트 사태로 왜곡됐던 정부의 예술지원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이규석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본부장은 "다양한 예술지원기관들이 참여해 예술지원 정책을 협의할 수 있는 통합적 협의기구인 가칭 '문화거버넌스 위원회'를 설치해 상설적 정책협력 네트워크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문체부 직속 기구로 설치하거나, 문예위에 동일한 역할을 부여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본부장은 또한 "사업별 특성과 정책수요에 따라 예술지원사업의 예산 등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로 이관하고, 현장 예술인들이 정책 집행과 심사,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원 숙명여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블랙리스트 사태를 통해 문화 영역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부정과 비리가 발생했음에도 중앙부처평가나 공공기관평가의 어느 작은 구석에서도 문제를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정부업무 평가제도 운영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개선 방안으로 평가위원 시민추천시스템 도입, 교수 평가위원 비율 축소, 평가위원 경력 및 정보 공시 의무화, 평가위원단 윤리규정 강화 등을 제시했다.
1부 '문화민주주의를 위한 문화행정 혁신 방안'에 이어 2부에선 '표현의 자유와 예술의 자율성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교수는 "블랙리스트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강조하는 자유주의 이념을 부정하는 국가폭력 내는 국가범죄"라며 헌법적 차원의 대응 방안으로 문화 관련 헌법 조항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헌법 제9조에 '모든 사람은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항을 신설하고, 헌법 제22조 제1항을 '모든 사람은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가지며 학문과 과학, 예술의 결과를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로 개정하는 것 등이다.
콘퍼런스 진행을 맡은 이원재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제도개선소위원장은 "토론 내용은 확정된 것이 아니라 그동안 논의해온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며 "추가 작업을 거쳐 2월까지 권고안 초안을 만들어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해 문체부에 권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상조사위는 18일도 '문화예술계 주요 지원기관 적폐청산과 자율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주제로 피해 사례가 확인된 5개 문화예술 지원기관(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예술인복지재단·영화진흥위원회·한국콘텐츠진흥원·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개선방향을 발표하고 의견을 수렴한다.
관련 보고서를 진상조사위 누리집(www.blacklist-free.kr)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blacklistfree2017)에 공개해 의견을 받고 있다.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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