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후 살쪄도 심근경색·뇌졸중 위험 줄어든다"

입력 2018-01-18 06:13   수정 2018-01-18 10:03

"금연 후 살쪄도 심근경색·뇌졸중 위험 줄어든다"

흡연자보다 심근경색 위험 67%, 뇌졸중 위험 25% 줄어
서울의대 연구팀, 40세 이상 남성 10만8천명 장기 추적결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금연에 실패한 흡연자들은 흔히 "살이 너무 많이 쪄서 담배를 끊을 수 없었다"고 변명하곤 한다. 살이 찌는 부작용으로 금연에 따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억지' 주장을 담은 말이다.
하지만 이제 이런 변명은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담배를 끊은 후 살이 찌더라도 심근경색과 뇌졸중을 줄이는 금연의 긍정적인 효과는 그대로라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이기헌(분당서울대병원)·박상민(서울대병원) 교수, 김규웅(대학원 의과학과) 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2002∼2005년 사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에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없었던 40세 이상 남성 10만8천242명을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저명 국제학술지인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1월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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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을 보면 전체 조사 대상자 중 46.2%(4만9천997명)가 지속적인 흡연자였으며, 48.2%(5만2천218명)가 비흡연자, 5.6%(6천27명)가 금연자로 각각 분류됐다.
금연자 중 금연 이후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BMI가 1(㎏/㎡) 이상 증가한 사람은 27.1%(1천633명)였다. 담배를 끊고 나서 4명 중 1명 이상은 체중이 불어난 셈이다. 반면 61.5%(3천710명)는 금연 후에도 BMI에 유의한 변화가 없었으며, 11.3%(684명)는 되레 BMI가 1 이상 감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연구팀은 금연 이후 BMI 증감 여부가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이 결과, BMI가 증가한 금연자의 경우 지속적인 흡연자에 견줘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도가 각각 67%, 25% 감소했다. 또 BMI에 변화가 없는 금연자도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도가 각각 45%, 25%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금연 이후 BMI가 줄어든 금연자는 위험도 감소 효과가 심근경색 9%, 뇌졸중 14%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BMI가 줄어드는 건 조사 기간에 다른 기저질환이 생김으로써 금연에 따른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도 감소 효과를 반감시켰기 때문일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놨다.
박상민 교수는 "금연하면 장(창자)으로 이어지는 혈관이 니코틴에 의해 수축하는 게 중단됨으로써 혈관이 팽창하고, 이는 영양소 흡수량 증가에 따른 체중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체중이 불어나더라도 금연을 지속하면 죽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낮아진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헌 교수는 "기존에는 금연 후 뒤따르는 체중 증가와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때문에 금연이 심혈관계질환을 예방하는 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증명하듯 체중 증가가 금연으로 인한 효과를 저해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다만 담배를 끊고 난 이후에도 과도한 체중 증가를 예방하기 위해 적절한 운동과 식이조절 등의 건강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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