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으로 물가 부진 전망…당장 인상 압박 크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새해 첫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현재의 연 1.50%로 유지됐다.
지난해 6년 5개월 만에 금리 인상으로 크게 방향을 튼 뒤 경제 영향 등을 지켜보며 '숨 고르기'를 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18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 회의를 열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다.
한은은 앞서 작년 11월 30일에 열린 직전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를 0.25%p(포인 트) 인상했다. 2016년 6월 연 1.25%로 인하한 이래 오랜 기간 사상 최저금리를 유지해오다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번 금리 동결 결정은 금융시장 예측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99%가 동결을 전망했다.
한은도 지난번 금리 인상 이래 줄곧 보수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이주열 총재는 추가 인상을 경기지표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한 차례 금리 인상 결정도 만장일치가 아니었는데 곧바로 추가 인상에 나설 만큼 인상 압박이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무엇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지 않다. 경기 개선으로 수요가 늘어나며 물가를 올리는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금통위원들도 금리를 올리면서도 낮은 물가를 많이 우려했다.
더구나 최근엔 가파른 환율 하락이 물가를 끌어내리는 모습이다.
작년 12월 수입물가는 전월대비 0.8% 하락하면서 2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14개월 만에 하락 반전했다. 추세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는 원화 강세가 국제유가 상승효과를 넘어선 결과다. 원재료 수입물가는 약 1개월 뒤에 소비자·생산자 물가(서비스 물가 제외)에 반영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연거푸 금리를 올린 적이 거의 없다는 점도 이번 금통위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했다.
그동안 장기 저금리의 부작용도 컸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 전반에 무차별적인 영향을 주고 많은 경제 주체들에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
가계부채가 1천400조원을 돌파한 상황에 금리를 급하게 올리면 자칫 취약차주들이 연체와 도산의 위기로 내몰릴 수 있고 그 충격에 경기 개선세가 꺾일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물가 상승률이 높지도 않고 경제성장세가 더 뚜렷해지지도 않아서 금리를 인상할 명확한 이유가 없다"며 "총재가 바뀌어야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외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 하반기에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 금통위(2월)는 이 총재가 퇴임하기 전 마지막 기회이고, 그다음(4월)은 신임 총재가 들어온 직후라는 기술적인 요인이 있다. 5월은 지방선거를 앞둔 점이 부담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상반기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3월 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과 2년 연속 3%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성장률, 멈추지 않는 강남지역 부동산가격 등을 종합 고려할 때 4∼5월 금리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계 경기 개선에 힘입어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당초 2.9%에서 3.0%로 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미국은 3월께 금리 인상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일본이나 유럽연합(EU)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도 빨라질 조짐이 보인다.
현재 한미 양국 정책금리는 같은 수준으로, 한국이 동결한 가운데 미국이 올리면 10여 년 만에 역전된다.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강남 부동산 시장 분위기나 가계 빚 증가 추이, 가상화폐 열풍이 미치는 영향 등도 금통위는 두루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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