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뒤 기자회견서…"미-러 관계 악화 북핵해결에 악영향"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북한에 핵 포기를 촉구했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16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중인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방미 첫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이같이 호소했다.
나자르바예프는 "카자흐스탄은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핵전력을 포기하고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도 폐쇄했다"면서 "우리에겐 다른 핵보유국들에도 우리와 같이 행동하라고 요구할 도덕적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그렇게 했고 현재 북한과도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자르바예프는 미국-러시아 관계 악화가 북핵 문제 해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표시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 미국, 중국, 러시아의 공동 노력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면서 "바닥까지 떨어진 미-러 정치 관계가 카자흐스탄과 같은 이웃 국가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나자르바예프는 이번 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순회 의장국을 맡은 카자흐스탄 정상으로 18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개최되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주제의 안보리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옛 소련 붕괴 과정에서 1991년 12월 독립한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은 독립 당시 미국, 러시아, 영국에 이은 세계 4대 핵무기 보유국이었다.
1천400여 개의 전략핵무기와 100여 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0대의 전략 핵폭격기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신생 독립국 카자흐스탄은 '가난한 핵 보유국'과 '핵을 포기한 경제 신흥국'의 갈림길에서 핵무기를 포기하고 선진국의 원조를 발판으로 경제개발에 나서는 길을 택했다.
국제사회로부터 대규모 투자와 불가침을 보장받고 1995년까지 자국 내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로 넘겼고 핵시설을 폐쇄했다.
이후 카자흐스탄은 국제사회의 지원에 힘입어 2000년대 들어서는 연평균 9% 이상의 고도 경제성장을 이루는 눈부신 성과를 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제 저유가와 밀접한 협력 관계에 있는 러시아의 경제위기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옛 소련에 속했던 중앙아 국가 가운데선 가장 앞서 발전하는 국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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