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원주민과 만난 교황 "폭력, 결국 거짓말로 변질" 자제 호소

입력 2018-01-18 03:13  

칠레 원주민과 만난 교황 "폭력, 결국 거짓말로 변질" 자제 호소
마푸체 원주민 중심지 테무코서 미사…성당·학교 등에 잇단 방화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간) 권리 복원 운동을 펼치는 칠레 마푸체 원주민들에게 폭력 사용을 피해달라고 당부했다고 TVN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칠레 남부 아라우카니아 주 테무코에 있는 마케우에 공군기지에서 마푸체 원주민 등 15만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미사에서 "폭력은 결국 거짓말로 변하는 가장 적절한 원인"이라며 이같이 주문했다.
교황은 "다른 사람을 파멸시키는 것은 더 많은 폭력과 분열을 야기하므로 당신은 다른 이들을 파괴하면서 자신을 주장할 수 없다"면서 "폭력은 폭력을 낳고 파괴는 분열과 소외를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통합만이 희망의 파괴를 막기 위한 최선의 무기"라며 "정부는 마푸체 원주민들과 단지 고상한 합의를 위한 협상만 하지 말고 합의를 실제로 이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미사가 열린 마케우에 공항은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 정권 당시 좌파 인사들의 구금과 고문에 활용됐던 곳이다.
이에 교황은 미사 도중 고통과 부당함을 겪은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침묵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미사 초반부에 전통 복장을 한 마푸체 원주민들은 작은 북과 피리 등과 같은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노래와 춤으로 교황을 환영했다.


칠레 전체 인구의 약 6%(60만 명)를 차지하는 최대 원주민 세력인 마푸체 부족은 잃어버린 조상 땅에 대한 권리 복원과 자신들만의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운동을 전개해왔다.
300여 년간 과거 잉카제국과 스페인 정복자들의 침략을 막아내며 독립적으로 터전을 일궈오던 마푸체 원주민들은 19세기 말 대규모 군대를 앞세운 칠레와의 전쟁에 패해 거주하던 땅에서 쫓겨나 비오 비오 강 남쪽에 있는 아라우카니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칠레 정부는 이후 아라우카니아 지역에 유럽 이민자들을 대거 이주시켰다.
마추페 부족은 목재 생산 업체와 유럽 이주민들의 후손들이 소유한 농장에서 일하며 빈곤 속에 살고 있다.
마푸체 부족은 1990년대부터 조상 땅의 반환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백인 지주들을 상대로 방화와 습격 등 폭력 시위를 벌였다.
이날도 아라우카니아 지역에서는 성당 3곳과 복음주의 기독교 학교 1곳이 화염병 공격을 받았고 산불 진화 헬리콥터 3대가 방화로 불에 탔다. 현장에서는 마푸체 원주민과 연관된 전단이 발견됐다.
교황은 미사 후에 기도원에서 8명의 마푸체 원주민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수도 산티아고로 돌아와 젊은이들과 만나고 가톨릭 대학교를 방문했다.
penpia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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