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미국의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32)가 우울증 환자 도우미로 변신했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펠프스는 전날 시카고 힐튼 호텔에서 열린 '케네디 정신건강 포럼'(The Kennedy Forum)에 연설자로 참가, 선수 시절 우울증으로 고통받은 사실을 밝히며 "우울증 공개를 통해 올림픽 금메달 획득 때보다 더 큰 힘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우울증을 앓는 사실을 공개하고 도움을 구한 뒤 얻은 만족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다"면서 정신질환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괜찮다. 문제를 감추려 하지 말라"고 격려했다.
펠프스는 15세 때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출전을 시작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총 5차례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 23개·은메달 3개·동메달 2개 등 통산 28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사상 개인 최다 메달 획득 기록이다.
그러나 2004년 음주 운전 혐의로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고, 전성기인 2008년 대학가 파티에서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진이 공개돼 선수 자격 정지 3개월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4년에는 음주 과속 운전 혐의로 입건된 후 법원 명령에 따라 알코올 중독 재활 치료를 받았다.
펠프스는 작년 8월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우울증이 심화돼 자살 위기까지 갔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계획된 고백이 아니라 우연히 토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펠프스는 "하지만 사실 공개 후 내 삶은 그 어느 때보다 경쾌해졌다"며 "특히 정신질환 환자를 둔 가족들로부터 받은 공감의 편지와 지지가 금메달 획득보다 훨씬 더 큰 기쁨과 감격을 느끼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했고, 나를 변화시켰다"고 부연했다.
펠프스는 "대부분 유명인사를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지만, 유명인들도 똑같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언제나 따라다니는 큰 기대가 부담이 됐고, 술로 자가 치료를 하려 했다"면서 "숨고 싶었고, 나 자신에게서 달아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재활 치료 첫 날, 많이 떨었던 기억이 난다"면서 "그러나 이제 더 이상 두렵지 않다. 그것이 나를 10배나 더 강하게 만들어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던 이들처럼 자신도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케네디 포럼'은 존 F.케네디 대통령의 조카이자 에드워드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인 패트릭 케네디(50) 전 로드아일랜드 주 하원의원이 정신질환·행동장애를 앓는 이들을 위한 비전과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3년 설립했다. 케네디 의원은 1995년부터 8선을 연임했으나 조울증 및 약물 중독 치료를 이유로 2011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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