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무력진압 반대로 실각…中, 자오쯔양 유해안장 불허
자오쯔양 딸 "후대가 톈안먼 진실 알 수있는 날 오길 염원"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에 대한 강제 진압에 반대하다 실각했던 '비운의 지도자' 자오쯔양(趙紫陽·1919∼2005)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유골이 13년째 안장되지 못하고 있다.
18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베이징(北京) 시내 왕푸징(王府井) 부근 푸창후퉁(富强胡同)의 자오쯔양 전 총서기 옛집에서 사망 13주년을 맞아 추모제가 열렸다. 자오쯔양 고택 부근에 공안과 사복 요원이 배치돼 감시했지만, 적지 않은 시민들이 추도하러 온 것으로 전해졌다.
1989년 당시 당 총서기였던 자오쯔양은 후야오방(胡耀邦) 전 총서기와 함께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로 주목받았으나, 그 해 5월 톈안먼 시위로 상황이 급변했다. 무력진압에 반대하면서 시위 학생들과의 대화를 모색해 난국을 타개하려다 공산당에서 축출됐다.
자오쯔양은 그 이후 가택연금돼 베이징의 자택을 떠나지 못한 채 2005년 1월 17일 별세했다.
중국 당국에 자오쯔양에 대한 연금 해제를 촉구하는 서한은 100만 통이 넘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자오쯔양과 관련된 언급을 금지하면서, 그가 숨진 후에도 추모 열기 고조를 우려해 유해마저 묘지에 안장되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자오쯔양과 부인 량보치(梁伯琪)의 유해는 아직 푸창후통의 옛집에 있다.
중국 개혁성향 잡지 염황춘추(炎黃春秋)의 창간인 두다오정(杜導正)은 추모록에 "13년이 지났지만, 모두 한시도 당신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추모제에 참석못했던 자오쯔양의 정치비서 바오퉁(鮑동<丹+터럭삼변>은 대신 비서를 보내 "당신은 공평하고 정직하고, 불편부당했습니다"라는 글을 적도록 했다.
톈안먼 시위 희생자 유가족들로 구성된 '톈안먼 어머니회'도 전날 조화를 보냈다.
자오쯔양의 딸 왕옌난(王雁南)은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이제 부모의 유해를 안장할 수 있기를 원한다"면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후대가 톈안먼 시위의 진실을 알 수 있게 되는 날이 오기를 염원한다"고 말했다.
홍콩 매체들이 왕예난을 인터뷰한 직후 중국 당국이 기자들에게 자오쯔양 고택에서 즉시 떠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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