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비치가 3회전 이기면 정현-즈베레프 전 승자와 16강전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차세대 테니스 황제' 자리를 놓고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과 알렉산더 즈베레프(4위·독일)가 맞대결을 벌인다.
2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3회전에서 격돌하는 둘은 나란히 20대 초반의 선수들로 향후 10년간 남자 테니스 정상의 자리를 놓고 경쟁할 사이다.
나이는 1996년생인 정현이 한 살 많지만 현재 세계 랭킹은 즈베레프가 훨씬 위에 있다.
둘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차세대 선두 주자'로 공인받은 선수들이다.
정현은 지난해 11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ATP 투어가 신설한 이 대회는 21세 이하 선수들 가운데 세계 랭킹이 높은 8명만 초청해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재 남자 테니스의 '빅4'로 불리는 로저 페더러(37·스위스), 라파엘 나달(32·스페인), 노바크 조코비치(31·세르비아), 앤디 머리(31·영국)가 모두 30세를 넘겨 '후계 구도'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는 데다 20대 초반에 좋은 선수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ATP 투어가 전략적으로 만든 대회였다.
바로 이 대회에서 정현이 동년배들을 모두 따돌리고 우승하면서 '차세대 선두 주자'로 자리를 선점했다.
즈베레프는 이 대회에 출전 자격이 있었지만 출전하지 않았다. 이 대회 바로 다음 주에 열린 ATP 월드 투어 파이널스에 출전했기 때문이다.
즉 '21세 이하 왕중왕전'에 나가는 대신 나이와 관계없이 세계 상위 8명이 모여 치르는 '왕중왕전'을 택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현과 즈베레프의 호주오픈 맞대결은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우승자 정현과 아예 그 대회를 건너뛸 정도의 실력을 공인받은 즈베레프의 '한 판 승부'인 셈이다.
<YNAPHOTO path='PEP20180118268901003_P2.jpg' id='PEP20180118268901003' title='알렉산더 즈베레프 [EPA=연합뉴스]' caption=''/>
키는 198㎝인 즈레베프가 정현보다 10㎝ 크다.
투어 단식 우승 횟수에서도 즈베레프가 6번으로 지난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가 유일한 우승 경력인 정현을 앞선다.
특히 즈베레프는 지난해에만 5번 우승을 차지하며 급성장했고, 이 우승 중에는 투어 대회 중에서도 상금 규모가 큰 마스터스 1000 시리즈 우승이 2회 포함됐다.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정현이 지난해 프랑스오픈과 올해 호주오픈 3회전 진출이고, 즈베레프는 지난해 윔블던에서 16강(4회전)까지 오른 바 있다.
개인 최고 랭킹 역시 정현 44위, 즈베레프 3위로 즈베레프가 앞선다.
사실 즈베레프는 나이만 어릴뿐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거론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수준의 '톱 랭커'다.
둘 다 '형제 선수'라는 점도 흥미롭다.
정현의 형 정홍(25)은 현재 세계 랭킹 629위에 올라 있고, 즈베레프의 형 미샤 즈베레프(31)는 세계 랭킹 35위다.
세계 랭킹으로 보면 정현이나 즈베레프 모두 '형만한 아우'들이다. 공교롭게도 이 대회 1회전에서 정현은 알렉산더의 형인 미샤를 꺾었다.
정현과 즈베레프의 상대 전적은 지난해 바르셀로나 오픈 16강전에서 한 차례 이뤄졌는데 정현이 2-0(6-1 6-4)으로 완승했다.
다만 주니어 시절인 2014년 두 차례 맞대결에서는 즈베레프가 모두 2-0으로 이겼다.
이 경기에서 이긴 선수는 16강에서 조코비치-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22위·스페인) 경기 승자와 대결한다.
조코비치가 라모스 비놀라스와 상대 전적에서 4전 전승으로 앞서 있어 조코비치와 만날 가능성이 크다.
정현은 즈베레프와 경기를 앞두고 "이미 세계 정상급 선수지만 기회가 온다면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즈베레프 역시 3회전 진출을 확정한 뒤 코트 위 인터뷰에서 "주니어 때 호주에서 두 차례 만나 내가 다 이겼고, 작년에 한 번은 졌다"고 소개하며 "정현 역시 차세대 유망주로 까다로운 상대지만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현과 즈베레프의 정확한 경기 시작 시간은 19일 오후에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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