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계기 국제인문포럼' 개막…국내외 작가 200여명 평화 논의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펜은 칼보다 강하지 않습니다. 펜은 약합니다. 문학은 약한 것이며, 권력의 정반대 편에 있으며, 따라서 힘에 쉽게 굴복합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문학은 오직 평화만을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하나인 소설가 김연수(48)는 19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계기 국제인문포럼' 개막식에서 기조 발제자로 나서 문학으로 평화를 이야기하자고 이렇게 호소했다.
그는 "전쟁을 예방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켜야만 한다고 정치인들은 말하는데, 그것은 그들에게 힘이 있기 때문이고 삶 전체가 전쟁이 되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라며 "하지만 문학에게는 힘이 없기 때문에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문학은 더없이 약하다. 하지만 약함으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약하기 때문에 다른 옵션을 고려하지 않고 오직 평화만을 말할 수 있다"며 "힘은, 약한 것들의 그 단호한 선택 속에 깃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터키에서 활동하는 작가 하칸 귄다이(42)는 두 번째 기조 발제자로 나서 우리가 세계 평화를 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역설했다.
그는 "만약 이 세계가 우리의 집이라면, 우리는 이것이 우리 모두의 집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집에 있는 방들 중 하나에 불이 나는 동안, 그 옆에서는 수영장 파티가 열릴 것이고, 그 옆방의 불을 끄기 위해 수영장의 물은 아무도 쓸 수 없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예방법이 단지 우리 방의 문을 닫는 것이라면 가장 비이성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인류로서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이 집의 세입자로서 각자의 삶을 살며 '타인'을 강도로 여길지, 아니면 과거에 맞서 깊이 뿌리박힌 모든 불평등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라고 질문하며 "전쟁은 폭로되어야만 한다. 고통은 드러나야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고 힘줘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대학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 준비한 이 행사는 '세계의 젊은 작가들, 평창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다- 자연, 생명, 평화의 세계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다. 해외 작가 20여 명을 비롯해 총 200여 명의 작가가 이날부터 22일까지 서울과 평창을 오가며 분쟁, 빈곤, 생태, 문화 다양성 등 인류 사회의 오랜 화두와 함께 평화의 의미와 가치를 모색한다.
개막식에는 도종환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스위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본부에서 열리는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에 참석하러 출국하는 바람에 이우성 문화예술정책실장이 장관의 환영사를 대독했다.
도 장관은 영화 '1987'에 관한 얘기로 운을 떼며 "1987년 대한민국에 가득 찼던 변화에 대한 열망과 민주주의 정신은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와 나라 발전에 밑바탕이 되었다. 이제는 '차분하면서도 품격 있게' 2017년 촛불혁명의 정신과 그 열기를 모아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대한민국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인이기도 한 도 장관은 "인류사회를 화해와 연대로 이끄는 것은 스포츠만이 아니다. 4대륙 17개국에서 모인 여러분의 작품이 보여주듯이 문학은 시대와 장소,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공감'의 영역을 창조해낸다. 공감능력은 억압과 폭력, 빈곤과 분쟁을 해결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며, '문학'은 그 힘의 산파이자 증언자"라고 작가들을 격려했다.
이번 포럼의 기획위원장인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개회사로 평창 출신인 이효석(1907∼1942) 작가의 "굳은 사랑이 있을 때 인류가 하나 되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보다 쉽다"는 말을 인용하며 "이런 작가들의 만남과 대화가 지구 인류의 진정한 대화와 이해의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고은 시인은 건배사로 "세계의 겨울 잔치를 앞둔 이 인문 포럼에서 다룰 명제를 보니 아주 무거운 명제다. 생명, 자연, 평화. 이 세 단어는 지금 위험에 봉착한 것들이다. 더구나 이 한반도와 관련된 평화라는 단어는 우리가 함부로 쓸 수 없는 그런 아주 고통스러운 단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 모인 국내외 작가들이 며칠 동안 아주 위대한 대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학은 현실이면서 현실에 대해 늘 꿈꾸는 행위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연, 생명, 평화라는 의미를 함께 잇도록 하기 위해 꿈꾸는 일은 마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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