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나라에 국보가 있다면 우리 마을에는 '마을문화재' 가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삶과 추억, 지혜가 담긴 흔적들을 우리 스스로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활동이죠."
부산 동구 범일 5동에는 1950년대로 시간을 되돌린 듯 판자촌이 밀집한 마을이 나온다.
바다를 메워 만든 곳이라 '매축지(埋築地)'라고 불리는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군수물자를 옮기기 위해 만든 곳이다.
6·25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대거 몰려들어 피란촌이 생긴 곳이다.
최근 이 마을에 '마을 문화재'가 생겼다.
국가나 지자체가 인정하는 문화재는 아니지만 마을 주민들이 복지법인 '우리마을'과 함께 삶의 소중한 흔적이 담긴 시설을 '마을문화재'로 지정하고 보호에 나선 것이다.
우리마을의 한 관계자는 "마을의 역사와 가치를 주민 스스로 발견하면서 주민 삶에 자부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면서 "외부인에게는 매축지 마을의 역사와 주민들을 이해하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문화재로 모두 8개가 꼽혔다.
매축지 마구간, 시간이 멈춘 골목, 매축지마을 흙집, 통영칠기사, 보리밥집의 30년 된 로즈마리 나무, 벽화와 지혜의 골목, 영화 친구 촬영지, 보림연탄지소다.
복지법인 우리마을이 지난 1년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고심 끝에 선정한 곳이다.
매축지 마구간은 일제강점기 군마들을 관리한 마구간이다. 해방 후에는 피란민들이 마구간을 칸칸이 잘라 사람이 살던 곳이다.
'시간이 멈춘 골목'은 석탄, 연탄 화로를 사용하는 집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골목을 말한다.
매축지 마을에는 대형 화재가 3번이나 발생했는데 소실되지 않고 남아있는 흙집도 마을문화재로 지정됐다.
마을 문화재에는 관련 역사와 주민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낸 안내판도 설치했다.
김일범 우리마을 팀장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마을 문화재'라는 개념을 도입했다"면서 "삶을 이야기로 보존하고 기억하게 하는 것이 최고의 도시재생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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