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급증하고 단기자금은 줄어…보유한 현금이나 빌려서 투자 의미
가격급락시 젊은층 중심으로 신용불량자 대거 발생 등 제2의 카드사태 우려도
중국계 자금 유입설에 재벌 비자금·정치자금 세탁설까지 나와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금융당국과 세정당국이 가상화폐(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자의 매매내역을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하루 15조원에 이르는 가상화폐 거래대금이 어디에서 흘러들어왔는지도 어느 정도 파악될 전망이다.
세계 주요 거래소의 시세와 거래량을 집계하는 사이트 코인마켓캡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전 10시 40분 기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액은 75억7천742만5천502 달러, 빗썸은 52억7천845만100달러다.
한국 거래소가 세계 1,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거래소만 합쳐도 하루 거래대금은 한국 돈으로 약 14조8천억원이다.
이는 지난 19일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을 합친 금액(15조3천5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주식시장 규모만큼 커진 가상화폐 거래 자금은 어디에서 흘러들어왔을까.
돈에 꼬리표가 없고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에 사용되는 계좌는 실명 확인이 어려운 가상계좌여서 아직은 이 돈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최근 금융시장 자금 흐름을 보면 신용대출이나 단기자금 시장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은행신탁 포함) 일반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 등으로 구성된 기타대출은 21조6천억원이 늘어나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이 등장했고 기존 은행들도 모바일 뱅킹 등을 통해 편리하게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다 보니 급증한 것이다.
반면 단기자금은 줄었다.
수시로 넣고 뺄 수 있는 은행권 요구불예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71조5천91억원을 기록, 전월 대비 두 달 연속 감소하며 2개월 동안 약 3조 6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은행권 요구불예금이 전월 대비로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은 2015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개인 CMA계좌(RP형) 잔액도 지난 18일 기준 약 27조원으로 반년 사이 약 2조원이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금융권의 신용대출이나 단기자금의 상당 부분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가상화폐 커뮤니티 등에 보면 인터넷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했다는 이야기는 물론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출을 통해 투자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에는 서울대나 고려대 등 주요 대학교의 학생 전용 커뮤니티에는 '등록금으로 투자했는데 (손해를 봐) 휴학해야겠다', '전세금으로 투자했는데 반 토막이 났다'는 글이 올라온다.
가상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떨어지는 20대를 중심으로 신용불량자가 대거 발생했던 제2의 카드 사태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 자금이 대거 유입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9월 자국 내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의 운영을 중단했다.
하지만 중국인 가상화폐 투자자는 개인 간(P2P) 거래를 하거나 전자지갑에 가상화폐를 옮긴 뒤 한국이나 홍콩, 일본 거래소로 옮겨와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은 그동안 아무런 정부 규제도 없어 중국 투자자들이 들어오기 최적의 조건이었다.
이 때문에 중국계 투자자들이 국내 거래소에 대거 유입되며 거품이 생겼고 이것이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가치가 해외보다 높은 일명 '김치 프리미엄'을 일으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치 프리미엄이 한때 50% 가까이 올라갔다 최근 줄어든 것도 지난해 말 정부에서 해외거주 외국인의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면서 이들이 대거 이탈하기 시작하며 생긴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밖에 재벌이나 정치인들이 비자금이나 정치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대거 유입됐다는 음모론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 직원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정부 규제를 미리 알고 팔아치운 사건이 드러나면서 제도권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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