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슈머 회동에도 불발…다카·장벽 놓고 기싸움
공화당 "4주 연장", 민주 "더짧게"…시한 연장도 줄다리기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집권 1주년(20일)을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 속에서 맞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4년 3개월 만의 셧다운을 막기 위해 야당인 민주당 상원 수장 척 슈머(뉴욕) 원내대표를 백악관으로 불러 담판을 벌였지만 결국 셧다운을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 처리는 심야 표 대결 끝에 불발됐다.
전날 하원을 통과한 임시예산안을 넘겨받은 상원과 백악관은 셧다운 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하루 밤늦게까지 피 말리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당초 계획했던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개인 별장인 마라라고 행을 취소하고 백악관에서 슈머 원내대표와 약 90분간의 회동을 하고 담판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직후 트위터에 "(오벌오피스에서) 훌륭한 예비회동을 했다"며 "(협상가들은) 진전을 이루고 있다. (4주 연장 예산안이) 최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슈머 원내대표도 기자들에게 "일부 진전을 이뤘다"면서 "(민주당 내에는) 반대 의견이 여전히 많고 더 논의해야 한다"고 밝혀 극적 타협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양당은 만일의 경우 상원을 거쳐 다시 하원에서 표결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소속 하원의원들에게 사실상 비상 대기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공화당과 민주당의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불법이민 정책을 둘러싼 시각차가 큰 쟁점이었지만 임시예산안의 시한을 어디까지로 잡을지를 놓고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은 하원을 통과한 안과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4주 연장'을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오는 이보다 훨씬 짧은 시한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오는 29일까지의 '10일 연장'안을 제시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공화당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성명을 통해 '3주 연장안'을 제시, 중재를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그레이엄 의원의 성명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은 위대한 감세 성공을 흠집내기 위해 셧다운을 원하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슈머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사실상 협상 타결까지 갔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틀었다는 얘기도 전해졌다.
민주당 상원의원인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슈머 원내대표가 사실상 포괄적 합의에 접근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강경파들과 의견을 교환한 후에 발을 뺐다"고 주장했다.
양당이 견해차가 여전한 상황에서 상원은 이날 밤 10시 본회의를 소집, 표결을 강행했다.
임시예산안이 사실상 부결된 이후에도 셧다운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상을 계속했지만 이견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결이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 양당이 부결 이후 '여론'을 등에 업고 추후 협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면승부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임시예산안 셧다운은 불법이민 정책을 둘러싼 여야 간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폐기를 선언한 다카(DACA·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의 부활에 준하는 보완 입법을 요구하며 이를 예산안 처리에 연계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이민 관련 법안과 예산안을 처리할 경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예산 항목을 반드시 포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카의 부활을 주장하면서도 멕시코 장벽 건설비용 예산에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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