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기대주] 같은 듯 다른 '컬링 쌍둥이' 이기복·이기정

입력 2018-03-28 16:15  

[평창 기대주] 같은 듯 다른 '컬링 쌍둥이' 이기복·이기정
'순한 형' 이기복은 남자팀·'센 동생' 이기정은 믹스더블
"평창에서 동반 메달 도전…차기 올림픽에도 같이 나가겠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한날한시에 태어난 '운명 공동체'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까지 함께 나간다.
그것도 고향인 강원도에서 열리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다.
남자컬링(4인조) 국가대표 이기복(23)과 믹스더블(혼성 2인조) 컬링 국가대표 이기정(23)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다.
소양중학교 1학년 때 나란히 컬링을 시작한 형제는 춘천기계공고를 거쳐 실업팀인 경북체육회에 둥지를 틀며 같은 길을 걸었다.
주니어 시절에도 나란히 국가대표로 활동했다.
지난해 강릉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대회에서는 남자부(4인조)에서 호흡을 맞춰 한국 컬링 사상 첫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합작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더 큰 목표를 앞두고 진로가 살짝 달라졌다.
동생 이기정이 평창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새로 편입된 믹스더블로 전향한 것이다.
약간의 '성격 차이'가 반영된 선택이었다.


이기정은 자신을 스스로 '형 같은 동생'이라고 묘사할 정도로 리더십이 강한 성격이다.
쌍둥이를 나란히 인터뷰하려고 하면 이기정이 대답을 주도하는 편이다. 주니어 대표팀 시절 그는 주장인 '스킵'을 맡기도 했다.
그는 믹스더블은 네 명이 아닌 두 명이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 전향했다고 밝혔다. 경기를 직접 풀어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믹스더블에 더 잘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4인조 컬링은 리드, 세컨드, 서드, 스킵 순으로 스톤을 던진다. 전략이 중요한 컬링 특성상 경기 중 4명이 머리를 맞대 작전을 짠다.
반면 믹스더블은 남녀 두 명이 짝을 이룬다. 스톤은 두 명이 번갈아 던진다. 이기정은 장혜지(21)와 믹스더블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기정은 "두 명이니까 제가 원하는 것을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습도 마음껏 더 많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믹스더블은 이번에 처음 올림픽 종목이 된 것이니 메달 가능성도 더 크다고 판단했다. 4인조 컬링팀은 이미 많으니까"라며 메달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반명 형 이기복은 경북체육회 동료들의 말을 빌리자면 좀 더 '유들유들하고 순한' 편이다.
이기복은 "제가 처음부터 해왔던 종목이 4인조니까 계속하고 싶었다. 메달을 따든 아니든 제가 행복했던 종목이니 계속 4인조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남자부 대표팀은 스킵 김창민과 이기복, 성세현, 오은수, 후보 김민찬까지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과 역할은 '쌍둥이 파워'를 더욱 키워준다.
이기정은 "형은 웃으면서 경기하고, 저는 좀 무겁게 경기한다"며 "이렇게 성격이 조화를 이루니 컬링 궁합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태극마크는 형인 이기복이 먼저 달았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자팀이 믹스더블팀보다 먼저 끝났기 때문이다.
이기복은 "먼저 국가대표가 되고서 동생 때문에 기뻐하지 못했다. 3주 후 동생도 믹스더블 대표가 되니까 너무나 영광스럽고 행복했다"며 "아무나 나갈 수 없는 올림픽인데 쌍둥이가 같이 나가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기정은 "형이 먼저 되니까 부러웠다. 그래도 내가 올림픽에 못 나가도 형이 나가니 우리 가족은 성공했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제 욕심도 있어서 꼭 태극마크를 달고 싶었다"며 "같이 올림픽에 나가는 자체가 기쁘다"며 웃었다.
이들은 특히 "부모님이 무척 좋아하신다"고 뿌듯해했다.


나란히 메달을 목에 건다면 금상첨화다.
이기정은 "이번 올림픽으로 한국 컬링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우리 성적이 좋아야 컬링이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힘들게 사는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기쁨을 주고 싶다"며 형제 동반 메달을 꿈꾸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쌍둥이에게 평창올림픽은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기복과 이기정은 "형은 4인조 경험을, 동생은 믹스더블 경험을 공유하면 서로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다"며 "다음 올림픽, 그다음 올림픽에도 꾸준히 함께 가고 싶다"며 컬링으로 다져진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다.
abb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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