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G버스 교체 검토했지만 충전소·차내 적재함 부족 등으로 없던 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 광화문이 직장인 정모 씨(34)씨는 출퇴근길이 괴롭다.
광화문광장 인근과 미국대사관 앞에서 매일같이 시동을 켠 채 서 있는 경찰버스 앞을 지날 때마다 정 씨는 매캐한 냄새에 코를 틀어막는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버스 앞을 지나면 배기관 매연 냄새가 겹쳐 호흡 곤란을 느낄 때도 있다.
극심한 미세먼지로 올해 들어서만 네 차례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지만 경찰버스는 미세먼지 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방경찰청이 22일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유민봉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버스 301대는 모두 경유차다. 이 중 30%가량은 2005년 3월 이전에 출시된 노후 버스다.
서울을 포함한 전국의 경찰버스 850대 역시 100% 경유차다.
정부는 이미 2016년 미세먼지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경유버스를 친환경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로 교체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으나 경찰버스는 계속해서 열외로 남아 있다.
서울 시내버스의 경우 6천971대(운행 대수 기준)가 모두 CNG버스다.
경유버스는 CNG버스보다 대표적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을 3배 가까이 많이 배출한다. 일산화탄소 배출량 역시 30배 이상 많다. 미세먼지의 경우 CNG버스에서는 배출되지 않지만 경유버스는 운행 1km당 0.04g씩 내뿜는다는 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연구 결과다.
경찰버스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줄지어 서서 공회전을 지속한다. 평상시에도 대부분 시동을 켜 놓은 채 히터나 에어컨을 가동하고 있다.
바닥 쪽으로 배기가스가 배출되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하고, 일부 버스는 시동을 켜지 않아도 전기로 냉난방을 할 수 있도록 전력공급시설(분전함)과 연결해뒀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경찰도 경유버스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받고 매연저감장치 부착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CNG버스로 교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예산 문제가 있다. CNG버스는 1대당 1억원인 경유버스보다 20%가량 비싸다. 서울 경찰버스 301대를 모두 교체하면 360억원이 든다.
CNG 버스가 갖는 한계도 있다. 경찰버스는 여러 장비를 싣고 다녀야 하는데, CNG버스는 바닥에 연료통이 6∼8개 설치돼 있어 장비 적재 공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서울 도심 집회는 주로 종로구·중구·영등포구 등 도심에서 일어나는데 CNG 충전소는 은평구·강동구 등 도심 외곽에 몰려 있다. 서울 도심에 있는 CNG 충전소는 단 한 곳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예전처럼 집회 때 차벽을 설치하는 일을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CNG버스는 시위대가 경찰차를 전복시키거나 훼손할 경우 폭발 위험이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경찰버스를 친환경차로 바꿀 것을 계속해서 촉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전기차 정책에 공회전이 많은 경찰버스를 전기차로 바꿔줄 것을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경찰버스를 친환경 버스로 전환하고 싶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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