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팀의 '무서운 막내', 생애 첫 올림픽서 메달 도전
부상 선배들 대신 출전한 2016-2017시즌 월드컵서 1,000m 세계신기록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황대헌(19·부흥고)의 등장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노(No) 메달' 한풀이를 노리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에 찾아온 가장 반가운 소식 중 하나였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내며 단숨에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한 '무서운 고교생' 황대헌은 이번 시즌 임효준(22·한국체대)과 더불어 남자 쇼트트랙의 새로운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둔 황대헌이 처음 스케이트를 접한 것은 5살 때였다.
워낙 활동적이었던 성격 탓에 처음부터 스케이트 재미에 푹 빠졌고, 곧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나의 꿈'을 그려 오라는 숙제에서 "나의 꿈 : 숏트랙(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열심히 연습"이라고 쓸 정도로 일찌감치 의욕을 불태웠다.
안양 안일초등학교와 부림중학교 재학 시절엔 전국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국가대표의 꿈에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
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과 이제는 고인이 된 노진규(1992∼2016)가 꿈을 향해 가는 황대헌의 롤모델이었다.
7살 황대헌의 당찬 포부가 실현된 것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6년이었다.
이미 주니어 대표로 동계유스올림픽과 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황대헌은 2016-2017시즌 ISU 월드컵 시리즈를 앞두고 발표된 국가대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발전 이후 불법도박혐의로 기소된 남자 선수 3명이 대표팀에서 제외되고 차순위였던 황대헌이 극적으로 8명 대표팀의 막차를 탄 것이었다.
실제 월드컵 출전 엔트리에선 후순위였으나 박세영과 서이라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면서 황대헌에게까지 기회가 왔다.
그는 힘겹게 얻은 귀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차 월드컵 1,000m 준준결승에서 아직 깨지지 않은 1분 20초 875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했고,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6차 대회에선 1,000m 금메달을 차지했다.
가능성을 증명한 황대헌은 지난해 4월 대표 선발전에서 임효준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대체선수'나 '후보선수'가 아닌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황대헌은 쏟아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채 이번 시즌 네 차례의 월드컵에서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1,500m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라섰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다음 날 결승이 치러지는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황대헌은 한국에 가장 먼저 메달을 안겨줄 선수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평창에서 황대헌은 500m, 1,000m, 1,500m 등 개인종목과 5,000m 계주에 모두 출전하는데, 개인적으로는 5,000m 계주에 가장 욕심이 난다고 말했다.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스피드가 강점인 황대헌은 음악을 즐겨 듣고, 평상시엔 말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러나 빙판 위에 올라서면 180도 변해 매서운 눈빛으로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다. 기자들 앞에서는 신중하게 한 마디 한 마디 머릿속에서 대답을 고른다.
"오랫동안 성실한 선수로 뛰고 싶다"는 황대헌은 평창에서 막내의 패기 넘치는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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