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대형 건설업체 퇴직연금 8천700억원 결손 후푹풍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퇴직연금 결손에도 자기 호주머니만 챙기는 경영진을 향한 새로운 규제를 예고했다.
이는 지난주 파산한 영국 2위의 시설관리·건설업체인 카릴리언(Carillion)이 엄청난 퇴직연금 결손상태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영진에 대한 비난이 고조된 가운데 나왔다.
메이 총리는 21일(현지시간) 게재된 진보 일간 가디언 일요판 '더옵서버' 기고에서 "올봄 발표될 지배구조 개선 백서에는 자기 호주머니를 채우려 퇴직연금을 위험에 빠트리는 경영진들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무렵, 모든 상장기업은 경영진-직원들 임금 격차 비율을 공개해야 하고, 이사회에서 직원들의 이익을 어떻게 고려하는지도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장기적 성공보다 단기적 이익을 무모하게 앞에 두고 보너스를 챙기는 경영진들을 너무 많이 봤다"면서 기업들은 이사회 결정 시 장기적 결과들도 고려했음을 사상 처음으로 보여줘야만 할 것이라고도 했다.
메이는 기업 파산 시 국가가 할 역할이 있다면서도 "카릴리언 이사들에게 백지수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파산으로 영향받은 이들(직원들과 하청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정부 개입 목표를 밝혔다.
그러면서 "카릴리언 파산 비용을 치를 이들은 납세자들이 아니라 주주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주 메이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정부는 은행 등 카릴리언 채권단과 회생방안을 놓고 막판 담판을 벌였다. 하지만 추가 대출에 대한 정부 보증을 제안한 대형 은행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메이 정부가 구제에 나설 경우 이익은 카릴리언이 가져가고 손실은 납세자들이 떠안게 된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공영방송 BBC는 전했다.
카릴리언이 파산 절차에 들어간 가운데 이 회사가 민간영역에서뿐만 아니라 정부 등과 계약을 통해 수많은 공공서비스도 제공해온 까닭에 파산 규모 이상의 파장을 초래하고 있다.
국방부 소유 주택 5만 채와 50여 개 교도소 유지보수, 218개 학교의 급식 제공, 국민보건서비스(NHS) 병원들에 일부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영국 철도시설공단인 '네트워크 레일'의 두 번째 큰 유지보수 제공업체이며 영국 고속철 HS2 건설 사업의 주요 사업자이기도 하다.
카릴리언 파산 직후 퇴직연금을 회사가 책임지고 운영하는 확정급여형퇴직연금(DB형) 결손액이 현재 5억8천만 파운드(약 8천700억 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금액은 파산 절차가 완료되면 9억 파운드(약 1조3천500억 원)로 불어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같은 보도는 최근 몇 년 동안 주요 대기업이 파산할 때마다 퇴직연금 결손에도 거액의 보수를 챙겨온 최고경영자들의 모럴해저드에 대한 비난을 한껏 증폭시키고 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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