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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연설서 '개혁'·'혁명' 반복 언급…'전쟁가능국' 변신 드라이브
중국 중요성 강조 '일대일로' 협력 시사…한국과는 선긋기 '뚜렷'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 국회 신년 시정연설에서 150년전 '메이지유신(明治維新)'을 화두로 올렸다.
근대 일본의 출발점인 메이지유신을 자신의 오랜 염원인 헌법개정과 겹쳐 보이려는 의도였다. 이를 통해 '전쟁가능국으로의 개헌'을 노린 것이었다.
아베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핑계 삼아 방위력 강화를 외쳤다. 군국주의로의 야욕도 읽혔다.
주변국 외교와 관련해선 한국에 대한 의도적 '홀대'와 중국을 향한 관계개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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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지유신 화두로…전쟁가능국 개헌 '야욕' 목적
이날 연설의 시작과 끝은 모두 메이지유신이었지만, 그건 모두 아베 총리의 숙원인 개헌을 이야기하고자 함이었다.
아베 총리는 야마가와 겐지로(山川健次郞·1854~1931년)나 도요다 사키치(豊田佐吉·1867~1930년) 같은 메이지 시대 인물들의 발언을 소개했고, 마지막에 사재를 쏟아 치수와 삼림 조성을 한 사업가 긴바라 메이젠(金原明善·1832~1923년)의 사연을 거론함으로써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많은 사람의 힘을 결집해 만든 삼림이 지금도 비옥한 평야의 수호신이 됐다"고 긴바라를 추켜세웠다. "국가의 형태와 이상의 모습을 말하는 것은 헌법이다. 50년, 100년 앞의 미래를 응시하는 국가 만들기를 행하겠다"고 힘을 줬다.
일본을 제국주의의 '강자'로 만든 메이지유신 150주년인 올해를 개헌이 발의되는 역사적인 해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그는 '개혁'과 '혁명'이라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메이지유신과 개헌을 연결시키는데 힘을 쏟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시정연설에서 제국주의와 전쟁 그리고 패전으로 이어진 메이지유신 후의 부끄러운 역사는 덮어둔 채 성과만 강조했고 그런 논리로 개헌에 대한 환상을 심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규정인 헌법 9조를 포함한 개헌을 감행하려는 야욕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전쟁 포기'(1항)와 '전력(戰力) 보유 불가'(2항)를 정한 헌법 9조를 바꿔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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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자위대의 근거를 명확히 하는 항을 9조에 추가하는 개헌을 한 뒤 추후 9조2항에 손을 대는 2단계 개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는 곧바로 9조2항을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여당 자민당이 3월께 당 차원의 개헌안을 제시하는 시점을 기점으로 아베 총리가 개헌 세력을 규합하고 제1야당 입헌민주당 등 개헌 반대 세력을 압박하는 등 국회 내에서의 개헌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북한 핑계로 군사대국 의지 노골화…"진짜 필요한 방위력"
아베 총리는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며 방위력 강화를 천명하는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지금까지 없는 중대하고 긴박한 위협"이라고 표현했다. "우리나라(일본)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전후(2차대전 후) 가장 엄중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강조했다.
이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계획을 포기시키겠다. 북한이 정책을 바꾸도록 어떠한 도발 행동에도 굴하지 않고 의연한 외교를 전개하겠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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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는 "안보 정책의 근간은 스스로 행하는 노력"이라고 강조하며, 방위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요격을 위한 새 체계인 육상형 이지스(이지스 어쇼어)뿐 아니라 스탠드 오프(stadn-off) 미사일을 도입할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스탠드 오프 미사일은 적(북한) 기지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순항 미사일을 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수방어(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을 행사한다)'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논란 속에도 도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특히 정부 차원의 방위 전략인 '방위계획의 대강(방위대강)'에 대해 "종래의 연장선상이 아니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진짜 필요한 방위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전수방어 폐기나 북한의 미사일 기지 등 적기지에 대한 공격능력을 자위대에 부여하는 등 일본이 군국주의화로 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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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일동맹 중시…중국에 '러브콜'…한국 '홀대'
외교 정책과 관련, 아베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고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보인 점이 눈에 띄었다.
그는 "미일동맹은 틀림없이 그동안 없었을 정도로 강고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포함해 20차례 이상 정상회담을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의 협력할 것을 시사했다.
아베 총리는 "중국과 협력해서 증대하는 아시아 지역 인프라 수요에 응하고 싶다"면서 "일본과 중국은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큰 책임을 가지고 있으며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다. 대국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으로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일 정상회의, 자신의 방중,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일을 실현시키겠다고 말하며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에 대해서도 "푸틴 대통령과의 깊은 신뢰관계 아래에 북한 문제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에 대해 협력하는 관계를 만들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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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에 대해선 눈에 띄게 홀대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에 대해 과거에 썼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2015년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그에 더해 올해 시정연설에서는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양국 간의 국제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만 짧게 언급했다.
교도통신은 이와 관련해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골이 넓어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언급은 조금 뿐이었으며 관계개선에 대한 방책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이런 태도는 한일 위안부 합의 갈등에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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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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