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페루 순방 마지막날 오데브레시 부패 스캔들 거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중남미에 만연한 부패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교황은 이날 페루 리마에서 주교들에게 한 즉석 연설에서 "브라질 대형 건설사 오데브레시와 연관된 부패는 중남미에 급속히 확산하는 탐욕의 본보기로 중남미 대부분 국가의 정치권이 부패 탓에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며 "대부분 국가의 정치권이 건강하기보다는 병들어 있다"고 지적했다.
오데브레시는 중남미 권력형 부패 스캔들의 핵심 기업으로 해외 건설사업 수주를 위해 지난 2001년 이래 멕시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파나마, 페루,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9개국 정관계에 3억8천620만 달러(약 4천200억 원)의 뇌물을 뿌렸다.
앞서 교황은 지난 19일 오데브레시 부패 스캔들로 탄핵위기까지 몰렸지만, 가까스로 모면한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페루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도 모든 사회 주체가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쿠친스키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했던 컨설팅 업체가 중남미 대형 건설사인 오데브레시 컨소시엄으로부터 78만2천 달러(약 8억5천만 원)의 자문 수수료를 받는 등 2004년부터 2013년까지 500만 달러(약 54억 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교황은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칠레와 페루의 6개 도시를 방문했다.
교황은 아마존 원주민을 비롯해 칠레 독재정권 피해자, 이민자, 폭력 피해 여성, 죄수 등을 만나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졌다.
그러나 16일 칠레에서 현지 일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과 성폭행에 대해 "고통과 수치심을 느낀다"며 공개 사과하고, 피해자들을 만나 기도했지만 이틀 뒤 성 추문을 은폐하려 한 사제를 강력히 옹호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페루에서 마지막 대형미사를 집전한 뒤 바티칸으로 귀국한다.
한편 교황은 콩고 민주공화국 당국이 수도 킨샤사에서 조세프 카빌라 대통령의 17년 장기 통치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 실탄을 발사해 6명이 숨지고 49명이 다친 데 대해 "모든 형태의 폭력을 피하고 공동선을 위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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