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미국의 남중국해 안정 훼손은 시대에 맞지 않는 망동"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 언론들이 22일 일제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국방전략 보고서에서 중국을 경쟁자로 지목해 냉전 회귀를 암시하고, 미 해군이 이지스시스템을 갖춘 호퍼함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다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친 데 대한 반격으로 보인다.
이들 중국 언론은 미국과 중국이 냉전에 돌입하면 모두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중국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사설 격인 종성(鐘聲) 칼럼을 통해 미국의 남중국해 안정 훼손은 시대에 맞지 않는 망동이라고 규정했다.
이 신문은 "미 군함이 남중국해에서 시도 때도 없이 무력을 과시하고 '항행의 자유' 작전을 핑계로 시비를 걸고 있으며, (이런) 파괴적인 행동은 사람들에게 버림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장기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면 더는 말썽을 피워선 안 되며 건설적인 자세로 참여해야 지역 국가의 환영을 받을 수 있다"면서 "공동 이익에서 출발해야만 이익 공약수를 최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득을 거둘 수 있다"고도 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 타임스도 공동 사설로 포용만으로 공존할 수 있으며 대립과 모순에서 새로운 균형을 잡아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태극 철학'을 언급하면서, 미국의 최근 행동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들 신문은 "미국의 대중 전략은 중국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중국 경제의 부상을 경계하려 하지만 실제 행동을 취하긴 어려우며, 중국의 대미 보복 수단은 아주 많다"는 경고도 곁들였다.
아울러 "중미 관계의 분위기는 더욱 긴장될 수 있으며 폭풍 전야와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면서 "중미가 냉전 방향으로 간다면 양측이 모두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신문은 "미국이 중국보다 강할지라도 미국은 정치 리스크가 중국보다 많다"면서 "트럼프 정부가 현재 협력 관계를 냉전적 대항 관계로 바꾼다면 국제 관계가 심각하게 동요할 것이며 트럼프 정부의 정치 스트레스를 가중하고 분열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신문은 "미국의 대중국 압력 카드는 이미 많이 줄었고 미국이 중국에 어떤 제재를 하든 보복을 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미국의 도발 수위가 계속 높아진다면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화로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미 행정부가 국방 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경쟁자이자 파트너'가 아닌 '전략적 경쟁자'로 간주한 데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리정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차이나데일리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해 보여준 일관성 없는 행동은 미국과 다른 국가들, 특히 중국과 관계에 불확실성을 가중했다"고 지적했다.
리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불공정한 규제를 가했는데, 미국은 중국과의 협력만이 장기적인 무역 거래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오돤팡 중국세계화센터 연구원은 "냉전이 종식되고 소련이 와해하자 미 행정부는 지속해서 중국을 목표물로 삼아왔다"면서 "트럼프는 국방 전략 보고서에 중국을 경쟁자라는 낙인을 찍으며 중국의 부상을 매우 경계하길 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