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가상화폐 도입 '열공'…텔레그램·페북도 참여

입력 2018-01-23 07:00  

메신저, 가상화폐 도입 '열공'…텔레그램·페북도 참여
쉬운 조작체제 강점…'가상화폐 가치 재평가 계기'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대중이 가장 편하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 중 하나인 메신저가 가상화폐(암호화폐)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용자가 메신저를 통해 쉽게 가상화폐를 주고받고 상거래를 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통화로 쓰기 너무 불편하다' '투기만 촉발한다' 등 가상화폐의 난점을 해결할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23일 IT(정보기술)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유명 글로벌 메신저 텔레그램은 올해 자사 플랫폼(서비스 공간)에 새 가상화폐인 '그램'(Gram)을 내놓기로 하고 관련 준비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텔레그램의 전 세계 사용자는 1억 8천만명에 달하며, 국내에서도 뛰어난 보안성 덕분에 IT 전문직과 정계 관계자 등이 많이 쓴다.
그램이 도입되면 각국 텔레그램 사용자들은 대화창을 통해 수수료 부담 없이 해외로 돈을 보낼 수 있고, 중개 서비스 없이 콘텐츠나 물품을 싸게 직거래하는 등 혜택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이미 대중이 익숙해진 텔레그램의 조작체제(UI)로 가상화폐를 쉽게 쓸 수 있게 된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비트코인' 등 종전 가상화폐는 지갑 앱(돈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이 너무 복잡해 IT 문외한이 쓰기에는 장벽이 높았다.
일본·대만·태국 등지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네이버의 라인도 가상화폐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은 라인 일본 본사가 진행하는 것으로, '라인페이' 등 종전의 간편결제 서비스에 가상화폐를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로 전해진다.
네이버 측은 이에 관해 부인도 긍정도 하지 않고 "논평할 것이 없다"고 답했다.
세계 사용자 수 1·2위 메신저인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거느린 페이스북도 가상화폐에 관한 관심을 공식화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 겸 대표이사(CEO)는 이번 달 초 "우리 서비스에서 가상화폐를 쓰는 최선의 방법을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가상화폐를 어떻게 활용할지 지금껏 함구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왓츠앱 등 메신저가 1순위 적용 대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막강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갖춘 중국계 대세 메신저인 위챗(微信)에 위기감을 느껴온 페이스북이 '반격' 카드로서 메신저용 가상화폐를 준비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또 중국은 가상화폐 거래가 금지되면서 관련 연구개발이 다소 침체해 페이스북으로서는 빨리 전세를 반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가상화폐는 사용자들 사이에 암호화한 거래 기록을 분산 저장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구현한 디지털 머니로, 2009년 등장한 비트코인이 효시다.
가상화폐는 중앙의 관리·감독 없이 P2P(개인 간) 통신만으로 믿을 만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파격적 특성 덕분에 최근 수년간 '탈(脫) 중앙집권'적 혁신의 원동력으로 주목받았다.
예컨대 가상화폐가 발전하면 거래만 매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중개 플랫폼(기반서비스)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고, 중앙 공증 기관이 정보를 독점·통제하는 폐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IT 지식이 없는 사람이 지불 수단으로 쓰기엔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사용자가 대폭 늘면서 전산적 부담이 커져 결제 처리 시간이 늦어지는 등 현실적 난관도 적잖다.
특히 한국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주요 화폐 종목을 사려는 수요가 치솟으며 '버블' 및 투기' 우려가 커져, 관련 인식도 나빠진 상태다.
이 때문에 우리 IT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메신저 시장에서 가상화폐의 긍정적 적용 사례가 나오면, 한국에서도 가상화폐 정착 논의가 새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메신저는 일반인이 편하게 쓸 수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서의 특성이 강하다. 여기에서 가상화폐가 대중화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면 국내에서 여파가 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영환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텔레그램과 페이스북이 가상화폐 도입에 나섰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한다. 이 두 플랫폼의 사용자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사이버 머니를 주고받게 되면 우리도 가상화폐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종 메신저 업계에서는 아직 가상화폐 활용 사례가 드러난 것이 없다.
유명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의 지분 약 23%를 보유한 카카오는 "카카오톡에서 가상화폐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 입장"이라며 "카카오톡의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에도 도입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네이버 측도 일본 라인 본사가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상화폐 도입 계획이 한국 라인 서비스에서 시행될지에 관해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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