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 사흘간 미얀마 방문…베트남·필리핀도 러 무기 구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미국의 영향권인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필리핀에 이어 미얀마에도 자국 무기를 수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미얀마를 방문해 민 아웅 후라인 미얀마군 최고사령관 등과 회담하고 양국 간 군사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우선 두 나라 군함의 상대국 항구 출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정부 간 협정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은 지난 2016년 양국 국방부가 군사협력에 관한 부처 간 협정에 서명한 뒤 취해진 실질적 군사협력 조치다.
미얀마는 또 러시아의 신형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수호이(Su)-30도 구매하기로 했다고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부 차관이 밝혔다.
포민 차관은 구체적 합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Su-30이 미얀마 공군의 주력 기종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미얀마는 이밖에 러시아제 해군, 공군 무기에도 관심을 표명했다고 포민은 덧붙였다.
현재 러시아 군사학교에선 미얀마 군인 600명 이상이 교육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라인 최고사령관은 쇼이구 장관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이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미얀마 간 이 같은 군사협력 강화 움직임은 다른 동남아 국가인 베트남, 필리핀 등이 러시아와 군사 분야 협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하고 양국 방위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의 무기 원조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미국산 중고 무기의 구매를 중단하고 러시아제 무기를 사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필리핀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토벌작전을 지원하기 위해 군용 소총 5천 정과 탄약 100만 발, 군용트럭 20대를 기부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필리핀과 군사협력을 비롯해 관계를 증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헬리콥터와 고속정을 비롯한 러시아제 무기 구매를 제안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2016년 6월 말 취임 이후 친미국 일변도의 기존 필리핀 외교노선을 버리고 중국, 러시아와의 경제·방위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베트남은 지난해 러시아제 T-90S/SK 주력전차 64대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S-400 방공미사일과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미그(MiG)-35 등의 러시아제 무기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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