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이탈리아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자신이 러시아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이끌었다고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 의회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관계자들과 회동한 자리에서 이 같이 실언했다.
"50년 동안 냉전의 공포 속에서 산 '전쟁의 아이'"라고 스스로를 칭한 그는 "그 아이는 그러나 2002년 러시아를 나토에 가입시키고, 생존의 근본적인 실제로서 유럽을 믿게끔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나토는 미국과 서방이 옛 소련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설립한 기구로, 러시아는 나토에 결코 가입한 적이 없다.
나토와 러시아는 베를루스코니가 총리로 재직하던 2002년에 로마 인근에서 개최된 정상회의에서 항구적인 협력위원회 창설에 합의한 바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를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한 것으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나토와 러시아가 합의한 협력위원회는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활동이 중단됐다.
한편, 3차례 총리를 역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1년 거듭된 성추문과 이탈리아 재정 위기 속에 총리직에서 물러났고, 이후 2013년 탈세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뒤 상원의원직을 박탈당하며 정계를 떠났으나 오는 3월 총선을 계기로 정계 전면 복귀를 노리고 있다.
그는 2013년 받은 유죄 선고로 2019년까지 공직 진출 길이 막히며 직접 총리 후보로 나설 수는 없으나, 그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가 극우정당 동맹당, 이탈리아형제당(FDI)과 손을 잡은 우파 연합이 오는 3월4일 예정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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