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노조 협상 결렬…일주일째 파업 이어져
교도소 일부 기능마비 조짐…법무장관과 노조대표들 재협상 돌입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교도관 파업 사태가 심상치 않다.
교도관들이 재소자의 공격에 다치는 일이 잇따르면서 노조들이 일주일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교정 행정이 일부 마비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노동자의 힘(FO)과 노동총동맹(CGT)등 프랑스 노동단체들은 전국 188개 교도소 조합원들에게 이날 아침 교도소 출입구를 봉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프랑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수감시설 130여 곳이 교도관 총파업 사태의 영향으로 비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교도소 43곳이 전면 파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 중 15곳은 주간 근무요원들이 아예 근무를 거부했다.
노조들은 특히 파업에 따른 교정행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부가 향후 파견할 수도 있는 경찰관들을 위해 감방 열쇠는 가져가지 말고 집회에 참가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21일에는 파업 참여 중인 샤토루 교도소에서 교도관이 재소자가 집어 던진 의자에 맞아 다치는 일이 발생했다. 같은 날 파드칼레 지방의 한 교도소에서도 여성교도관 등 2명의 직원이 재소자의 공격에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모뵈즈 교도소 등 두 곳에서는 재소자들이 산책하러 운동장에 나온 뒤에 정해진 시간에도 감방 복귀를 집단으로 거부했다가 저녁에야 정상화되는 일도 생겼다. 일주일째 이어지는 파업으로 프랑스의 교정행정에 균열이 일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도관 노조들은 앞서 지난 20일 정부의 제안을 거부한 뒤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100명 등 2022년까지 교도관 총 1천100명 증원, 안전조치 강화, 테러범 또는 테러 위험인물들에 대한 별도의 특별 수감시스템 마련 등을 제안했지만, 노조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거부했다.
프랑스는 현재 전국 188개 수감시설에 모두 2만8천 명의 교도관이 7만8천 명의 재소자를 관리하고 있다.
교도관들은 처우와 근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라디냥 교도소의 노조위원장인 위베르 그라트로 교도관은 프랑스블뢰 방송 인터뷰에서 "나는 경력이 꽤 되지만 월급이 1천400유로(183만원) 밖에 안 된다"면서 박봉과 말도 안되는 근무환경에서 교도관들이 고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도관들은 특히 몇년 전부터 급격히 늘어난 '테러범' 재소자들로 인해 생명의 위협까지 호소하고 있다.
프랑스 경찰은 2015년 파리 연쇄테러 이후 '국가비상사태' 발령에 따라 테러리스트와 테러 위험인물들을 대거 잡아들였다. 그런데 특별관리해야할 이들이 많아지고 교도소의 노하우도 부족해 이들이 교도관을 흉기 등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이번에 교도관들이 파업에 돌입한 것도 1급 테러를 저지르고 복역 중인 수감자가 교도관들을 흉기로 공격해 다치는 일이 발생하면서다.
최근 1급 테러범 수감시설인 방댕르비에유 교도소에서는 2001년 9·11 테러에 가담한 크리스티안 간차르스키(51)가 면도날로 교도관 4명을 공격하는 일이 있었다. 이후 교도관 노조들은 교도관 안전 대책 강화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지난 15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플뢰리메로지 교도소에서 2000년 튀니지에서 테러로 21명을 죽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가 교도관들을 흉기로 공격해 교도관 파업에 기름을 부었다.
니콜 벨루베 법무장관이 이날 오후 노조대표들을 만나 파업 중단과 근무환경 개선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다.
벨루베 장관은 앞서 파업 중인 교도관들에게 "사회 안전과 교도소의 정상가동을 위해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취임 후 현장방문 등을 통해 접한 교도관들의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 요인을 충분히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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