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한 반미감정에 기름 부은 펜스 미 부통령 중동 방문

입력 2018-01-23 11:10  

악화한 반미감정에 기름 부은 펜스 미 부통령 중동 방문
트럼프 행정부 친이스라엘 입장 노골적 표명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 20일 이집트를 시작으로 진행 중인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중동순방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으로 야기된 역내 반감을 진정시키기보다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편향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거듭 확인함으로써 이미 악화한 반감에 더해 새로운 분노를 촉발했다는 내외의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외교전문 사이트 포린폴리시(FP)는 펜스의 순방이 좋지 않은 시기에 최악의 인물이 사절로 보내진 케이스라고 혹평했다.
시사종합지 애틀랜틱도 펜스의 방문이 당초 의도와는 전혀 다르게 진행돼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정책이 평화절차로부터 더욱 멀어졌음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꼬집었다.
펜스 부통령은 이집트와 요르단 정부로부터 냉대를 받았을 뿐 아니라 기독교를 포함한 지역 종교지도자들로부터도 면담을 거절당하는 등 홀대를 받았다.
중동평화 핵심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자치정부의 마무드 압바스 수반으로부터도 따돌림을 당했다. 압바스 수반은 요르단 방문이 펜스 부통령과 겹쳤으나 면담을 거부하고 유럽연합(EU)으로 떠났다.



펜스 부통령을 환영한 것은 그가 평소 '애정'을 표명해온 이스라엘뿐이었다.
펜스 부통령의 중동순방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고 차라리 국내에 머무르라는 주문이 전문가들에게서 나왔다.
예루살렘 수도 선언에 따른 지역의 반미정서가 아직 팽배한 만큼 일정 기간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으나 펜스 부통령은 당초 계획된 것이라며 일정을 강행했다.
순방 목적 가운데 하나는 지역의 기독교도 핍박에 관한 것이었으나 정작 지역 기독교 지도자들도 그와의 면담을 거부하면서 목표가 어정쩡해졌다.
무엇보다 반미감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펜스라는 인물 자체가 사태를 더욱 악화하는 최악의 카드였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의 중동정책은 종교적 기반, 특히 복음주의적 개신교 세력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예루살렘 수도 인정과 미 대사관 이전도 이들 복음주의 세력에 대한 대선 공약을 이행한 것이다.
펜스 부통령은 이들 복음주의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핵심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예루살렘 수도 인정 결정에 깊숙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 수도 인정을 발표할 때도 배석했다.
그는 평소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는 나의 개인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스라엘 방문 기간 발언도 평소 그의 신념을 반영하는 것이다.
22일 이스라엘 의회를 방문해 '이스라엘의 수도인 예루살렘에 오게 돼 영광'이라고 말문을 연 그는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칭송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지지한다. 이스라엘의 대의가 우리의 대의이고 이스라엘의 투쟁은 우리의 투쟁이다'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애정'을 나타냈다.
중동평화를 중재해온 제3국의 고위 공직자로서 노골적인 편파 발언이다.
이스라엘의 진보계 일간 하레츠도 펜스 부통령의 이러한 발언으로 '미국이 중동평화 절차로부터 이탈했음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평화중재자로서 역할을 포기했다는 평가이다.
하레츠는 미국의 관심이 팔레스타인을 포기한 채 오직 이스라엘에 맹목적 지지를 보내는 데 있음이 분명해진 만큼 이제 중동평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미국을 피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순간 EU를 방문한 압바스 수반은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로부터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국가 수립을 지지한다는 다짐을 받았다.
중동평화에 대한 미국과 EU 간의 더욱 넓어진 간극이 확인된 셈이다.
펜스 부통령의 편파적인 순방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중동평화 절차 재개는 더욱 힘들어졌다는 전망이다.
압바스 수반은 더이상 미국을 협상 중재자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는 팔레스타인 난민을 돕기 위한 유엔 기금을 삭감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스라엘 우익정부는 미국과 팔레스타인 간 관계 악화를 호기로 삼아 이른바 '2국 해법'을 차제에 무산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스라엘 우파는 그동안 미국을 의식해 예루살렘 지위 변경에 대한 자체 입법을 자제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사실상 백지수표를 받은 만큼 요르단 강 서안 지역을 합병하거나 추후 예루살렘 지위 변경을 불가능하게 하는 입법 조치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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