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무대에 K팝도 오르나…콘텐츠진흥원장 방북 동행

입력 2018-01-23 16:08   수정 2018-01-23 17:56

금강산 무대에 K팝도 오르나…콘텐츠진흥원장 방북 동행
남북 합동문화행사 변수는 현지 시설…점검 후 프로그램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을 축하하기 위해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 합동문화행사 등을 준비하기 위한 우리측 선발대가 23일 북한을 방문하면서 행사 준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금강산 행사에서 오케스트라, 무용, 합창, 국악, 문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가능하지만, 우선 현지 공연시설 상황을 점검한 뒤 세부 내용을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이날 방북한 12명의 선발대에는 해외 K팝 공연을 지원하는 콘텐츠진흥원의 김영준 원장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K팝 공연을 주요 프로그램으로 포함하는 것에 비중을 두고 금강산 행사를 준비하고 선발대도 구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취임한 김 원장은 1995년 YB(윤도현 밴드)의 소속사인 다음기획(현 디컴퍼니)를 설립해 18년간 운영해온 대중문화예술산업 분야 전문가다.
특히 김 원장은 남북 문화교류가 활발했던 2002년 윤도현 밴드의 평양 공연 때 다음기획 대표로 공연을 추진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진행된 '2002 MBC 평양특별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윤도현 밴드는 '아리랑'과 월드컵 응원가를 개사한 '오! 통일 코리아' 등으로 북한 관객들을 열광시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콘텐츠진흥원의 실무 전문가를 두고 김 원장이 직접 방북 실무단에 참가한 것은 우선 과거 남북 합동공연을 추진한 경험을 살리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장급인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이 단장인 선발대에 차관급인 콘텐츠진흥원장이 포함된 건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아울러 김 원장이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잔뼈 굵은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번 금강산 행사에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더해가는 K팝 가수들이 참가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김 원장의 방북은 문체부 요청에 따른 것이고 금강산 행사는 시설 점검 후에 규모나 시기, 프로그램이 정해질 것으로 안다"며 "콘텐츠진흥원은 음악 분야에서 K팝 가수들의 해외 쇼케이스 행사를 지원하는 등 축적된 노하우와 역량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남북 문화교류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안팎에선 북측 공연시설만 허락한다면 이번 금강산 행사의 상징성과 인지도를 감안할 때 K팝 공연을 위한 유명 가수나 밴드 섭외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K팝은 물론 모든 장르의 공연 가능성 열어놓고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7일 평창올림픽 실무회담에서 올림픽 개막 전 금강산에서 합동문화행사를 열기로 북측과 합의한 후 남북 합동으로 하는 공연, 음악, 연주에 시낭송과 같은 문학행사를 가미한 종합 예술공연을 구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이번 금강산 합동문화행사는 다양한 형태로 추진될 수 있다.
KBS교향악단은 2002년 평양에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120여 명의 남북 연주자가 참여하는 연합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같은 해 'MBC 평양 특별공연'에는 윤도현 밴드 외에 이미자, 최진희, 임웅균, MBC 합창단 등이 참여해 북한 예술단, 가수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그 뒤 2005년에는 가왕 조용필이 평양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으며, 2006년 금강산에선 윤이상평화재단이 주최로 남북 음악인들이 함께하는 음악회가 열렸다.
이번 금강산 합동문화행사의 큰 변수는 현지 공연시설이다.
준비기간이 빠듯해 공연시설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공연 프로그램을 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공연장으로 거론되는 시설은 금강산 온정리에 있는 금강산문화회관과 이산가족면회소다. 금강산문화회관은 금강산 관광이 개시되면서 관광객들에게 북한 교예단(써커스단) 공연 등을 선보이기 위해 1999년 남북이 합작해 만든 원형돔 형태의 공연장이다. 620석 규모로 윤이상평화재단의 음악회가 여기서 열렸다.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이산가족 상봉과 연회장 용도로 2008년 완공한 콘도 형태의 건물로 1천 명을 수용할 수 있다.
금강산문화회관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산가족면회소는 2015년 이산가족상봉 장소로 사용됐다.


abullapi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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