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용도로서 보행자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무죄

입력 2018-01-23 16:14   수정 2018-01-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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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전용도로서 보행자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무죄
70대 노인 자동차 전용도로 횡단하다 트럭에 치여 사망
法 "운전자 주의의무만 강요 못해" 원심 깨고 무죄 선고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는 고속도로와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를 통행하거나 횡단해서는 안 된다.
이런 법을 어기고 자동차 전용도로를 건너던 보행자를 차로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면 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어떨까.

일반적으로 보행자 보호를 위한 책임의 대부분은 운전자에게 부담시킨다. 보행자의 예상 밖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항상 유의해야 하는 무거운 주의 의무이다.
그러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의 사고라면 운전자의 주의 의무만 강요할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충남 천안에 사는 A(52)씨는 2016년 11월 9일 오전 5시 53분께 자신의 트럭을 몰고 청주시 청원구 자동차 전용도로 내 편도 3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때 어디선가 도로를 무단 횡단하는 70대 노인이 나타났다.
A씨는 뒤늦게 제동 장치를 밟았지만 피할 수 없었고, 차에 치인 노인은 그만 숨지고 말았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전방을 잘 살펴 사고를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구창모 부장판사)는 23일 A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동차 전용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보행자가 도로를 통행하거나 횡단할 것까지 예상해 급정차하도록 대비하면서 운전할 주의 의무가 없다"고 전제했다.
다만 "상당한 거리에서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예상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즉시 감속하거나 급제동해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경우라면 예외"라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 시간은 동이 트기 직전으로 차량의 전조등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시점이라 완전히 어두운 야간보다 오히려 전방 주시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피해자가 어두운 계통의 옷을 입고 있어 더욱 곤란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모든 정황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주의 의무를 지켰더라도 도로 위의 피해자를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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