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위험한 요리사 메리' 출간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1907년 3월 19일 아침. 미국 뉴욕의 고풍스러운 주택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작은 체구의 여성이 부엌문을 두드리자마자, 지금 기준으로도 큰 신장 170cm의 여성이 기다렸다는 듯이 포크를 든 채 덤벼들었다. 방문객뿐 아니라 그와 동행했던 경찰마저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100년 전 미국 뉴욕을 긴장하게 했던 '장티푸스 메리' 체포 사건이다.
당시 미국은 장티푸스로 몸살을 앓았다. 살모넬라 타이피균 감염으로 발생하며 심각하게는 사망까지 초래하는 이 감염성 질병으로 그해에만 2만8천971명이 숨졌다. 뉴욕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티푸스 메리'는 뉴욕 곳곳에서 요리사로 일하면서 장티푸스균을 퍼뜨린 38세 여성 메리 맬런에게 붙여진 별명이었다. 뉴욕시 보건국 검사관은 '포크 기습'에 일시 퇴각했지만, 검사를 거부하던 메리를 병원으로 강제 이송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작가 수전 캠벨 바톨레티가 쓴 논픽션 '위험한 요리사 메리'(돌베개 펴냄)는 롱아일랜드에 살던 워런씨 가족이 1906년 여름 복숭아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먹는 풍경을 묘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활자로만 읽어도 달달한 복숭아 아이스크림에 독자도 빠져있을 때쯤, 온 가족이 곧 두통과 고열, 피가 섞인 설사에 시달리는 살벌한 풍경이 펼쳐진다.
책은 미제로 남을 뻔했던 오이스터베이의 집단 장티푸스 발병 사례를 '전염병 퇴치사' 조지 소퍼 박사가 셜록 홈스 못지않은 끈기와 집념으로 추적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소퍼 박사는 워런씨 가족이 고용했던 요리사 메리가 원인 제공자임을 발견해 냈고, 체포된 메리는 병원을 거쳐 외딴 섬에 격리된다.
3년여 만에 풀려난 메리는 임시 퇴소 조건을 어기고 여성 병원에 취업했다가, 해당 병원에서 장티푸스가 집단 발병하면서 섬에 다시 갇힌다.
저자가 100년 전 사건을 굳이 불러낸 것은 단순한 흥미를 위해서가 아니다. 주변에 사망자까지 초래한 메리를 변호하려는 것도 아니다.
책은 다만 경찰력까지 동원해 메리를 체포·구금한 보건 당국의 처사가 옳았는지, 메리가 어떠한 사법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외딴 섬에 격리된 것이 과연 정당했는지 묻는다. 당시 남성 건강 보균자들과 메리가 받은 대우는 분명히 달랐다.
판매 부수를 의식해 메리를 가리켜 '인간 장티푸스균' '인간 세균 배양관'으로 포장해 보도한 신문들, 사생활이나 의료기록 보호에는 전혀 무관심했던 사회 세태도 비판의 대상이다.
곽명단 옮김. 224쪽. 1만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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