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정서 증거로 공개…유사수신업체 대표-경찰관 주고받은 문자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다단계 유사수신 업체인 IDS홀딩스의 청탁을 받고 회사 측이 고소한 사건을 특정 경찰관이 수사하도록 지시한 정황을 뒷받침하는 휴대전화 문자가 공개됐다.
검찰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 전 청장의 재판에 당시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위 윤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면서 그가 주고받은 문자를 증거로 공개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IDS홀딩스 측이 고소한 사건을 두고 당시 유착관계였던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와 의견을 나눴다.
윤씨는 2015년 9월 7일 김 대표로부터 '오늘 고소 건 하나가 들어갈 거야. 너한테 배당하라고 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윤씨는 이 문자와 관련해 "실제 사건을 배당받았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윤씨가 상관과 나눈 대화 내용을 김 대표에게 알려주는 문자도 공개됐다.
윤씨는 사건 배당 다음 날인 8일 '그 사건은 서울청에서 수사과장에게 청장 오더(지시)라고 직접 연락했나 봐요. 청장 오더 온 거라니 놀라서 (수사과장이 날) 부른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 김 대표는 '내 지휘받아서 잘 처리하자'고 답장했다.
검찰은 이 문자가 구 전 청장이 사건 배당에 개입한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IDS홀딩스 회장 명함을 들고 활동한 브로커 유모씨를 통해 구 전 청장에게 사건 청탁을 넣었다는 내용이 검찰 공소장에 적시돼 있다.
윤씨는 해당 사건을 담당한 이후 김 대표로부터 '김모씨만 구속시키면 된다', '고소 건은 지침 줄 테니 잠시 홀딩', '돈 가져온다고 기다려 달래. 그때 안 가져오면 시작해' 등의 문자를 받기도 했다.
윤씨는 "김 대표가 사실상 수사지휘를 하는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수사지휘는 아니고 친하다 보니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윤씨는 해당 사건을 관할하는 영등포서 지능팀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과정에도 구 전 청장이 개입한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 대표가 (인사에 대해) 부탁한 상대방이 구 전 청장이라는 것을 알았나"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구 전 청장은 2014년 IDS홀딩스 회장 직함을 갖고 활동하던 브로커 유씨로부터 윤 경위 등 경찰관 2명을 경위로 특별 승진시켜 IDS 사건을 맡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배치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3차례에 걸쳐 3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구 전 청장은 IDS홀딩스 측이 고소한 사건을 윤씨에게 배당하도록 부하에게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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