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증거능력 있다"…박근혜 재판에도 증거로 제출돼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항소심에서 제출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혐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됐다.
서울고법 형사3부(조영철 부장판사)는 23일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의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그 근거로 청와대 문건을 들었다.
항소심 재판에서 새로 채택된 문건들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제2부속실에서 관리하던 공유 폴더, 정무수석실 등에서 발견된 것들로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와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자료 등이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이 위법한 지원배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 청와대 문건 등의 증거들에 의해 구체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과 관련해서도 "실수비 문건이 정무수석실에서 좌파 지원배제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유력한 근거"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문건이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로 쓸 수 있는 '증거능력'이 없다는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문건이 대통령 기록물이기는 하나 원본이 아닌 복제본이나 사본을 제출하는 것은 법이 금지하는 유출에 해당하지 않고, 원본이 기록물로 지정됐어도 그 효과는 원본에만 미치고 복제본이나 사본에는 미치지 않는다고 해석돼 청와대 문건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선 공판에서 김 전 실장은 직접 "어떤 정권이 국정운영을 끝내자마자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 정치적 공방을 벌이거나 민사·형사 재판에 증거로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청와대 문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도 증거로 제출돼 박 전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도 역할을 하게 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작년 9월 문건을 증거로 제출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이 직접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2013년 9월부터 좌 편향 작품이나 작가, 단체에 대한 지원배제 업무가 이뤄진 사실을 수차례 보고받았다는 걸 입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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