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과 화상인터뷰…"개회식은 애국가 울리고 태극기 게양된다"
"IOC는 유엔 제재 범위 안에서 북한 지원 방법 논의할 것"
"올림픽 임무는 스포츠를 통해 평화 발전에 기여하는 것"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유지호 기자 =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역사적인 남북 합의를 중재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23일 "올림픽의 임무는 상호 이해와 평화에 관한 것"이라면서 "올림픽은 가능하다면 스포츠를 통해 평화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림픽 최초로 결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두고 국내에서 찬반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나온 IOC 수장의 발언이다.
바흐 위원장은 또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서 남북 공동입장은 평화의 메시지를 전파할 것"이라면서 "분단국가 출신으로서 그러한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평화를 향한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는지 잘 안다"고 덧붙였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한국 언론과 화상인터뷰를 갖고 지난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끝난 남북한 올림픽 참가회의의 성과를 밝히며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기대감도 전했다.
다음은 바흐 위원장과의 문답.
-- 남북 올림픽 참가회의 결과를 평가한다면.
▲ 무엇보다 남북 공동입장과 같은 '올림픽 한반도 선언'으로 우리는 평창에서 세계로 평화의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에 서 있다. 휴전 상태로 정전 협정도 맺지 않은 분단국가 남북 선수들이 개회식에서 보여줄 공동입장은 평화 메시지를 전파할 것이다. 동·서독 분단국 출신인 나는 그러한 메시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또 어떻게 평화를 염원하는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을지 잘 안다.
--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결정한 이유는.
▲ 다른 나라 국가올림픽위원회(NOC)처럼 북한에도 올림픽에 참가할 의무와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IOC와 올림픽 운동에서 모든 국가는 동등하게 대접받는다. 이것은 올림픽의 임무다.
-- 올림픽에서 최초로 결성되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비판하는 시각도 있다.
▲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상황이고 우리는 예외적인 결정을 받아들였다. 비판도 들었지만, 결국엔 우리는 결정에 확고한 생각을 가진다.
한국 선수들은 한 명도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잃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예외 없이 올림픽 경험을 할 것이다. 단일팀은 한국 대표팀 감독(새로 머리)이 북한 선수들의 출전을 결정할 것이다.
-- 바흐 위원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IOC 위원으로 올림픽 첫 남북 공동입장 성사에 힘을 보탰다. 이번에는 IOC 위원장으로 공동입장을 중재했다. 개인의 경험을 말한다면.
▲ 둘 다 역사적인 순간이지만 상황은 매우 다르다. 2000년 당시에는 1998년부터 남북 공동입장을 논의했다. 북한을 방문해 남북 NOC가 서로 가까워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와야 할지를 고민했다.
18년 전과 지금의 세상은 달라졌다. 남북한의 지도자도 다르지 않은가.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긴 매우 어렵다. 가장 명백한 차이는 18년 전엔 올림픽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고, 올핸 한반도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이다.
--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성됐지만, 제대로 준비하기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우려가 있다.
▲ 북한 선수들이 빨리 훈련에 참가해 이런 우려를 완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선수 기용 권한은 머리 감독에게 있다. 우리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과 긴밀하게 협의했고, 단일팀 구성에 관한 결정은 환대를 받았다.
-- 그런데도 남북 단일팀을 걱정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목소리가 높다.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나.
▲ 올림픽 개회식은 개최국 한국의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태극기가 게양되기에 중요한 의미를 띤다. 한편으론 여러분은 남북 공동입장으로 세계를 향해 강력한 평화 메시지를 던질 선수들도 보게 될 것이다. 나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평화를 갈구한다고 확신한다.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은 평화의 메시지를 공유할 것이다.
-- 한국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정치적 결정의 희생양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 올림픽의 임무는 상호이해, 평화에 관한 것이다. 올림픽은 가능하다면 언제든 스포츠를 통해 평화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독일인으로서 내 경험을 얘기한다면, 동·서독으로 갈린 시절에도 독일 단일팀이 있었다. 단일팀으로 출전하고자 동·서독 선수들이 자격 확보를 위해 서로 경쟁하곤 했었다.
--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위해 종목별 국제연맹(IF)과 협의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 모든 IF가 아주 협조적이었다. 북한 선수들에게 와일드카드(특별출전권)를 어떻게 배분하고 동시에 공정한 경쟁을 치를지 국제스키연맹(FIS), 국제빙상연맹(ISU) 등과 기술적으로 논의했다.
-- 스포츠를 통한 평화 달성이 가능한가.
▲ 스포츠만으론 평화를 이룰 순 없다. 그러나 스포츠와 선수들이 평화의 메시지를 보내는 건 특별하다.
선수들은 배경과 정치적 긴장 상태에 상관없이 똑같은 규칙을 존중함으로써 서로 경쟁한다. 또 선수들은 올림픽 선수촌에서 함께 머물면서 관용, 평화와 같은 올림픽의 가치를 서로 존중함으로써 우리의 세계가 어떤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평화를 이루려면 정치가 책임감을 발휘해야 한다.
-- 평창동계올림픽이 북한의 핵 위협을 완화하는 일을 할 수 있을까.
▲ 올림픽과 IOC는 개별 나라와 개별 정치인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는다. 올림픽 운동에서 모든 206개 NOC는 동등하게 대우받는다. 평창에서 세계로 보내는 메시지는 세계인과 선수들은 평화를 바란다는 것이다. 경기에서 경쟁하고 정치적으로 서로 간에 차이가 있더라고 올림픽 선수촌에선 평화롭게 공존하고 같은 규칙을 존중하며 서로 통합할 수도 있다.
-- 도핑 스캔들 탓에 러시아 선수들은 개인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다. 대회 폐막 전 러시아 제재가 풀릴 가능성이 있나.
▲ 독립 도핑 기관인 독립도핑검사기구(ITA)가 러시아 출전 선수를 결정한다. 매우 중요한 발전이다. 약물 이력에서 깨끗한 러시아의 새로운 세대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여한 것으로 확신한다.
IOC의 전면 또는 부분적인 러시아 제재 해제 여부는 러시아에 달렸다. 러시아가 IOC의 결정을 존중할 때만이 평창올림픽 폐회 직전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의 재정 지원 방법은.
▲ IOC는 늘 유엔 제재를 존중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유엔 제재 범위 안에서 지원 방법 논의가 있을 것이다.
-- 펜싱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으로서 보고 싶은 동계스포츠 종목이 있다면.
▲ 많은 경기를 보고 싶다. 독일의 동계스포츠 성적이 나쁘지 않다. IOC 위원장 취임 후 많은 동계스포츠 선수들을 알게 되고 여러 종목과도 익숙해졌다.
린지 본처럼 올림픽에 돌아오는 전설들이 출전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 이번 올림픽에서 새롭게 탄생할 스타들도 기다려진다.
-- 평창올림픽이 아닌 '평양 올림픽'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존중의 문제라고 본다. 모든 이들은 각자의 조국을 존중해야 한다. 한국의 모든 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뛰어난 노력을 존중해야 한다.
한국민은 훌륭한 올림픽 개최 국민으로서 올림픽 출전 선수와 다른 나라를 존중하고 지원해야 한다.
cany9900@yna.co.kr, jee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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