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민중총궐기' 참가자 무죄 확정…"교통흐름 차단돼 교통방해 위험 없어"
대법 "차벽 설치 전·후의 참가자 간 공모는 암묵적·순차적으로도 가능" 지적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이미 차벽 등으로 차량이 다니지 못하게 된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는 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다만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선고하면서 차벽 설치 전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와 이후 집회에 참가한 자가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된 권모(46)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기아자동차 노조 간부인 권씨는 2015년 11월 14일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반대하는 '민중 총궐기 대회'에 참석했다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도로를 점거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오후 2시경 민중 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이 서울광장 앞 세종대로에서 모든 차로를 점거하자, 경찰은 오후 2시56분부터 경찰 버스를 이용해 차벽을 쌓았다.
권씨는 차벽이 설치돼 차량통행이 불가능하게 된 오후 3시 이후에 집회에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차벽 등으로 도로가 통제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집회 참가자들이 신고된 행진 경로를 벗어나면서 초래된 결과에 불과하다"며 권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이미 교통의 흐름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의 도로를 다수인이 행진해 점거하는 것은 교통방해의 추상적 위험조차 발생시키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차벽 설치 전 다른 집회 참가자들이 행한 도로 점거에 대한 책임을 권씨에게 물을 수도 없고, 권씨가 도로를 점거한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사전에 공모했다는 증거도 없다"며 공모관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심의 결론이 옳다고 봤다. 다만 도로를 점거한 집회 참가자들과 도로 점거 및 교통 차단 후 집회에 참가한 자들의 공모관계는 암묵적·순차적으로 이뤄질 수 있으므로 2심이 이 부분을 살피지 않은 것에는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결론에는 이상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교통 흐름이 차단된 상태에서 시위대에 합류했다거나 사전에 공모가 없었다고 해서 공모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 이유는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피고인에 대해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수긍할 수 있다"고 밝혔다.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책임이 있다고 볼 것인지(공모공동정범)의 문제에서 대법원은 권씨의 경우 범행에 가담했다고 볼 상황은 성립하지만, 공모관계나 가담 정도, 시위 합류 시점 등을 종합할 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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