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곳곳에서 경기장 찾아…여행온 직장동료들 관전 행운도
(멜버른=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의 8강전을 지켜보기 위해 경기 시작 수 시간 전부터 많은 한인이 흥분된 표정으로 경기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애들레이드에 사는 황영숙(59) 씨는 아들 송창훈(24) 씨와 함께 오전 6시 30분 첫 비행기를 타고 1시간 거리의 멜버른으로 와 8강전 시작 3시간 전인 오전 10시에 경기장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 도착했다.
30년 전 호주에 이민 온 황 씨는 "30년 동안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를 보는 낙으로 지냈다"며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칠 수 없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황 씨는 주변 호주인들도 정 선수의 경기를 보고 반했다며 "같이 응원해 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또 닷새 전 10일 일정으로 한국에서 멜버른으로 자유여행을 온 직장동료 9명도 정 선수의 선전에 애초 다른 관광 일정을 취소하고 경기장으로 달려왔다.
일행인 유성식 씨는 "정 선수의 인터뷰나 경기 진행 모습을 보고 신세대의 패기와 함께 매너와 배려를 볼 수 있었다"며 "한국의 젊은이로서 김연아 선수 이후 새롭게 세계에서 활짝 꿈을 펼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 씨는 32강전을 경기장 인근 광장에서 처음 본 뒤 계속 보게 됐다며 정현 선수의 결승전까지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멜버른에 사는 한인들도 속속 경기장으로 몰려들었다.
30대의 친구 사이인 박은영 씨와 강유진 씨는 작은 종이 봉지에 태극기와 함께 정 선수의 이름을 써넣고 선전을 기원했다.
박 씨는 "엊그저께 친구 때문에 처음 테니스를 봤고 응원하느라 맘껏 소리를 질렀다"며 "오늘 경기에서 이기든 지든 지금까지 충분히 잘했고 한국을 널리 알린 만큼 자랑스럽다"라고 강조했다.
테니스 팬이라는 강 씨는 "테니스가 비인기 종목인 상황에서 개인적으로는 정 선수의 선전이 2002년 월드컵 축구경기 때의 4강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라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후 1시 경기가 시작된 이후 관중석 곳곳을 차지한 한인들은 틈나는 대로 "정현 화이팅"을 외치며 응원 분위기를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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