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규정 위반 소지…수백만 저소득 노동자 생계 위협받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열대우림 훼손 등을 이유로 바이오디젤 원료에서 팜오일을 퇴출하자 원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두 나라는 전 세계 팜오일 생산량의 90%를 생산해 왔다.
24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지난 17일 열린 본회의에서 팜오일을 원료로 생산된 바이오연료의 사용을 3년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재생에너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팜 열매를 압착해 추출하는 식물성 유지인 팜오일은 식용유는 물론 아이스크림, 라면, 비누, 립스틱 등의 재료로 널리 쓰이며, 최근 수십 년간 소비량이 급격히 늘어왔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슈퍼마켓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약 절반가량이 어떤 형태로든 팜오일을 함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제환경보호단체들은 팜오일 소비 급증이 열대우림을 훼손해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의 터전을 빼앗는다고 규탄한다.
실제 인도네시아에선 팜오일 농장이 확대되기 시작한 1990년 이래 31만㎢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벌목돼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팜오일 농장은 작년 말 기준으로 11만7천㎢와 4만4천900㎢로 확장됐으며, 두 나라는 작년 한 해 동안 각각 2천800만t(230억 달러·약 24조6천억 원)과 1천950만t(750억 링깃·약 20조5천억 원)의 팜 원유를 수출했다.
EU는 2015년 기준으로 연간 670만t의 팜오일을 수입했고, 수입한 팜오일의 40%가량은 바이오연료 원료로 사용됐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정부는 유럽의회가 팜 농장에서 일하는 수백만 명의 저소득층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처가 팜오일을 수입하는 여타 국가로 확산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18일 기자들을 만나 "유럽의회의 결정에 실망했다. 우리는 이번 결정이 차별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말레이시아의 무스타파 모하메드 통상산업부 장관은 22일 성명을 통해 바이오 연료 제조용 팜오일의 수입을 금지한 조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경고하며 다른 팜오일 생산국들과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작년 11월 정상회담을 하고 대두유와 해바라기씨유 등 열대우림을 훼손하는 여타 식물성 유지는 놓아둔 채 EU가 팜오일만을 문제 삼는 이유를 묻기도 했다.
현지 팜오일 업계에선 팜오일 소비 급증으로 시장을 잠식당한 미국과 남미 등지의 다국적 기업이 대대적 로비를 벌여 팜오일을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몰았다는 음모론마저 제기된다.
실제 유럽의 바이오연료 관련 업체들은 팜오일 대신 미국과 남미에서 생산되는 대두유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브라질 등지의 열대우림에 약 6만㎢ 규모의 대두유 농장이 새롭게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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