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맹 제안에 "세계적 웃음거리" 일축
"남자 2인승 못지않게 4인승 선전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세계적으로 웃음거리밖에 안 돼요."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의 이용 총감독이 국제연맹의 '남북 봅슬레이 4인승 단일팀 연습' 제안을 일축했다.
이 총감독은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단 결단식'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3, 4년 넘게 4인승 경기를 맞춰본 팀도 자칫하면 넘어지고 뒤집히는데 1, 2주 같이 훈련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남북 단일팀이 되면 주목은 많이 받겠지만, 어설픈 '쇼'가 돼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돼 망신을 당할 것"이라며 "봅슬레이는 (쇼의 대상이 아닌) 엄연한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앞서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은 '남북 선수들로 구성된 남자 봅슬레이 4인승 팀이 올림픽에 앞서 테스트 주행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보 페리아니(이탈리아) IBSF 회장은 "봅슬레이는 다른 어느 종목 이상의 팀 스포츠"라며 "선수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썰매 안의) 굉장히 좁은 공간에서 완벽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매우 특별한 남북 단일팀은 두 나라의 선수들을 아주 가깝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식 경기가 아닌 트랙의 상태를 점검하고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한 '사전 주행'에서 남북 선수들이 함께 연습하도록 추진하겠다는 의미지만, 이 총감독은 '보여주기' 밖에 안 된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 총감독과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은 IBSF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한 채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을 보고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이 총감독과 선수들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한편, 이 총감독은 한국 봅슬레이 '간판'인 남자 2인승의 원윤종(33)-서영우(26) 조 못지않게 원윤종-서영우-김동현(31)-전정린(29)으로 이뤄진 남자 4인승 조가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2인승보다 4인승이 더 선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며 "의외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총감독은 머리를 삭발한 채 이날 결단식에 나타났다.
올림픽 메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대표팀의 맏형인 원윤종부터 막내인 윤성빈(24)까지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바리캉'으로 자신의 머리를 깎게 시켰다고 한다.
머리를 삭발한 이 총감독이 "돌이킬 수 없는 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며 악수를 청하자 선수들은 전율했다고 한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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