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재판 청와대 관여'관련 비판적 언급…대법관들 "사실무근, 깊은 유감"
사법개혁 추진동력 삼을 듯…'정치적 오해 불식 의도' 시각도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추가조사를 통해 공개된 법원행정처 문건 내용을 두고 "오해받을 만한 일은 안 된다"고 비판하면서 사법부 내에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지난 22일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법원행정처 문건에 대해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로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비판은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발견된 여러 문건 중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 공작 사건 재판을 놓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법원행정처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문건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문건에는 2015년 2월에 내려진 원 전 원장의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우회적·간접적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림"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판결 후에는 법원행정처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이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며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줄 것을 희망"이라고 문건에 기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특정 사건의 재판을 놓고 법원행정처와 청와대가 의사연락을 한 정황을 드러낸 것이어서 법조계에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이에 대한 김 대법원장의 언급은 실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 어느 정도의 의사연락을 취했는지는 따지지 않더라도 오해받을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여겨진다.
이는 전날 대법관들의 입장 발표 내용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다.
김 대법원장을 제외한 고영한 대법관 등 대법관 13명은 전날 긴급 간담회를 연 뒤 "외부기관(청와대)이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재판에 관해 사법부 내외부의 누구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은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이는 사법부 독립에 관한 불필요한 의심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서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공개한 원세훈 재판 관련 문건을 다룬 언론의 보도 내용을 지목하면서, 관련 내용은 사실무근이며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유감이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반면 김 대법원장은 문건 내용을 다룬 언론 보도를 평가하지 않았다. 오해를 부를 일이 없었어야 한다는 그의 비판에는 법원행정처에서 그런 문건이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비난 소지가 크다는 점에 강조점을 둔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사법개혁의 키를 쥐고 있는 김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의 문건이 부른 파문에 대해 다른 대법관들과 차별되는 인식을 하고 있고, 이를 개혁 작업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법원 일각에서는 대법관들의 입장문은 원 전 원장 재판에 정치적 개입이 있었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는 뜻이 강하고 김 대법원장은 사태 수습 의지에 방점을 둔 것일 뿐 인식에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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