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요는 아직 아흔살' '우리엄마의 기생충' '태연한 온도로 산다는 것'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마음에 묵직한 울림과 여운을 남기는 외국 작가의 에세이집들이 여럿 나왔다. 아흔살 할머니, 뱃속에 기생충을 기르는 엄마, 말기암 투병을 하는 유명 극작가 등의 흔치 않은 이야기들이다. 모두 작가 가족의 이야기가 소재가 됐다는 공통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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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의 원작소설 작가 무레 요코는 '모모요는 아직 아흔살'(이봄 펴냄)에서 자신의 외할머니 '모모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1900년생으로 1990년 아흔이 된 '모모요'가 도쿄 딸네집에 올라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흔 살의 할머니가 혼자서 6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도쿄에 온 이유는 호텔에서 혼자자기, 우에노동물원에서 판다 보기, 도쿄 돔 견학,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기, 노인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을 파는 '할머니의 하라주쿠'에서 쇼핑하기라는 목표 때문이다. 이야기는 모모요가 버킷리스트들을 하나하나 수행해 가는 과정에서 시작해 활기찬 노년을 보내는 모모요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다.
모모요의 모습은 여느 노인들과는 좀 다르다. 으레 노인들이 즐겨 찾을 것 같은 신사나 황궁 대신 도쿄돔을 찾는다. 좋아하는 야구선수가 경기하는 곳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디즈니랜드에서는 젊은이들도 무서워하는 롤러코스터를 탄다. 손녀가 선물해도 취향에 맞지 않는 물건이면 마음에도 없는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95살에 처음 본 팩스가 신기해 팩스를 사고는 손녀에게 직접 팩스를 보내기도 한다.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 대신 자존감을 잃지 않고 당당하게 삶을 즐기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호기심을 놓지 않는 모모요의 모습에 작가는 모모요처럼 늙고 싶다고 말한다.
"기쁨도 즐거움도 솔직하게 표현하고 화가 났을 때는 진심으로 화난 표정을 짓는 우리 할머니 덕분에 '언제나 생글생글 웃는 인격자 노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게 됐다."
책은 일본에서 1995년에 출간됐으며 모모요는 출간 이후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권남희 옮김. 272쪽. 1만5천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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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의 기생충'(레드박스 펴냄)은 기생충학자를 엄마로 둔 대만 작가 린웨이윈(林尉윤<日+勻>)의 이야기다. 작가의 엄마는 도쿄에 가서 디즈니랜드 대신 기생충박물관에 아이를 데려가고 직접 자신의 몸에서 기생충을 기르기까지 하는 열혈 기생충학자다.
'하우 아 유'(How are you)보다 기생충학(parasitology)이란 영어 단어를 먼저 외울 정도였다는 저자는 엄마가 자신보다 기생충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엄마의 사랑을 얻기 위해 기생충과 경쟁했다.
책은 귀속감과 안정에 목말라 하며 우울증, 자살 시도 등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저자가 부모에 대한 '기생'에서 벗어나 독립해 가는 과정을 기생충에 비유한 25편의 이야기에 담았다. 기생충의 알 시기에서 시작해 유충을 거쳐 성충이 되기까지 과정으로 구성된 목차는 저자의 성장사를 상징한다. 대만의 출판상인 금정장 문학부문 상을 받은 책이다. 허유영 옮김. 300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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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이치코리아에서 펴낸 '태연한 온도로 산다는 것'은 일본 극작가 이노우에 히사시(1934∼2010)의 딸 이노우에 마야가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삶의 지혜를 엮은 책이다.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이노우에 히사시는 2009년 9월 폐암 말기로 병이 진행되던 때부터 매일 밤중에 전화를 걸어 딸과 이야기를 나눴다.
아버지의 극단을 물려받은 딸에게 이노우에 히사시는 극단의 미래에 대해, 극단 대표로 알아둬야 할 점, 일을 진행시키는 법, 연습실이나 극단의 현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딸에게 인생이 담긴 당부를 전했다.
'스스로 서서 스스로 다스리는 사람이 되어라', '무엇을 위한 하루인지 생각해라' '언제나 같은 온도로 덤덤하게 일하도록 해라' 등 단단한 삶을 살아가는 당부들이다.
임희선 옮김. 256쪽. 1만3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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