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지나면 '워크아웃 지속 필요성' 점검…4년째부터 매년 재평가
'신용위험평가·워크아웃 개선방안' 마련…올해 구조조정부터 적용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이 채권단 지원의 대가로 약속한 자구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경영진이 1∼2년 안에 교체된다.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는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및 워크아웃 운영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25일 밝혔다.
워크아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채권단 중심으로 상시 구조조정을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매년 채권단이 신용위험 평가를 통해 C등급으로 분류한 기업들이 해당한다. D등급은 법원이 주도하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대상이다.
이번 개선방안에 따라 은행 등 채권단의 신용위험평가 기준이 자세해졌다.
우선 산업위험·영업위험·경영위험·재무위험·현금흐름 등 5대 평가부문을 종합해 A∼D등급으로 나눈다.
영업위험은 시장점유율과 업계순위, 경영위험은 소유·지배구조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재무위험은 단기차입금 비중과 매출액 추세 등으로 지표화하는 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모기업의 지원, 증자, 부동산 매각, 거액 수주 등을 이유로 등급을 올릴 경우 모기업의 신용도와 실현 가능성 등을 따지도록 했다.
5개 평가부문 중 4개 부문에서 중간등급을 받은 기업 비중이 40%를 넘는 등 변별력이 낮고 온정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경향을 차단하는 게 목적이다.
신용위험평가에서 최종적으로 C등급이 된 기업은 워크아웃이 추진된다. 채권단이 채권을 일부 포기하거나 미뤄주는 대신 기업은 경영개선 약정(MOU)을 맺는다.
이때 첫 1∼2년간 MOU 이행실적이 부진한 경우 워크아웃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강도 높은 조치가 이뤄진다.
자구계획 이행실적 등 30여개 항목을 평가해 분기마다 하위등급을 벗어나지 못하면 경영진 경고, 경영개선계획 수정, 경영진 교체 순으로 이어진다.
금감원은 "구조조정 방향 합의가 지연되거나 형식적인 MOU 점검 탓에 워크아웃의 실패율이 1∼2년차에 16.2%로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3년이 되면 워크아웃을 지속할 필요성이 있는지 따져 워크아웃 졸업·중단·연장이나 매각 등으로 진로를 결정한다.
워크아웃은 4년째부터 매년 재평가한다. 워크아웃 성공률이 3년차를 정점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장기간 워크아웃 상태에 머무르는 기업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채권단에서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정하는 신용위험평가위원회는 의사록을 작성하고 위원별 찬반 표시를 의무화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워크아웃 대상 기업도 정부가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와 민간 사모투자펀드(PEF)를 활용한 구조조정을 선택할 수 있다.
금감원과 은행들이 이번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워크아웃 대상 고르는 것이나 워크아웃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연평균 C등급 기업은 2009∼2010년 56개에서 2015∼2017년 18개로 줄었다. C등급 중 실제로 워크아웃이 개시된 기업도 같은 기간 43개에서 8개로 줄었다.
다만 워크아웃은 여전히 법정관리보다 8년 누적 성공률(구조조정 8년차에 접어들 때까지 기업의 성공률)이 높아 유효한 구조조정 수단이라고 금감원은 강조했다.
2009∼2016년 444개 기업이 C·D등급으로 분류됐으며, 이 가운데 145개는 워크아웃, 102개는 법정관리, 나머지 197개는 청산·폐업 절차를 밟았다.
은행들은 다음달 중 '상시평가 운영협약'을 맺고 3월까지 내규를 개정해 올해 신용위험평가부터 이번 개선방안을 적용할 방침이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