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영국 한 일간지가 런던의 럭셔리 호텔에서 남성만 참여한 한 자선행사에서 벌어진 성희롱 스캔들을 보도해 파문을 낳고 있다.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최근 런던의 최고급 호텔에서 열린 '프레지던츠 클럽 자선 만찬' 행사에 자사의 여기자 2명이 행사를 돕는 아르바이트 여성으로 위장해 잠입했다면서 현장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전했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남성만 초청을 받는 행사로 올해 33년째다. 이날 행사에는 재계 주요인사들을 중심으로 300여명이 참여했다. 130여명의 아르바이트 여성이 이날 행사장에서 일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과 점심,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와 차를 마시며 대화하기 등을 경매 방식으로 팔고 수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이날 하루 수익금이 약 200만 파운드(약 30억원)에 달했다.
FT는 많은 아르바이트 여성들이 참석자들로부터 더듬기를 당하고 음란한 말들을 들었고 호텔 침실에서 식사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거듭 받았다고 보도했다.
현장에 잠입한 FT 여기자는 "여러 차례" 더듬어졌다면서 "많은 다른 여성들도 같은 일을 겪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여기자는 아르바이트 여성들은 소개업체로부터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의상과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는 복장 지침과 일하면서 술을 마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여성들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비밀유지 각서에 서명을 요구받았다.
보도가 나오자 여기서 나온 기부금을 받은 이벨리나 런던 아동병원은 "우리가 연루되고 싶은 행사"가 아니라며 기부금을 반환했다. 다른 자선단체들도 "충격적"이라며 앞다퉈 기부금을 돌려줬다.
또 현직 교육차관이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자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교육차관이 행사에 잠깐 참석했지만 불편한 심정에 곧 자리를 떠났다"고 해명했다. 총리실 대변인은 "(테리사 메이) 총리가 보도를 보고 불쾌해 했다"고도 했다.
하원 여성·평등위원회 마리아 밀러 위원장은 BBC에 "할리우드와 웨스트민스터(영국의회)가 성희롱 문제에 대처하는 시기에 재계 주요 인사들이 연루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법이 우리 사회에 충분히 강력한지를 살펴야 한다"고 비난했다.
주최 측인 프레지던츠 클럽은 성명을 통해 "행사에서 일어난 나쁜 행동들에 경악했다"며 "사실 여부를 파악해 즉각적이고 신속한 조처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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