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위기, 두려움 조장 도구로 사용하는 건 무책임" 비판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오는 3월4일 총선 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연합과의 대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에 참석 중인 젠틸로니 총리는 4일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파 연합과의 대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우파연합과의 대연정에) 관심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중도좌파 민주당 진영에 속한 그는 "어떤 경우라도 우리가 연정의 주축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포퓰리스트와 반(反)유럽연합(EU) 세력이 승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인 전진이탈리아(FI)가 극우정당 동맹당, 이탈리아형제당(FDI)과 연대한 우파연합은 현재 37% 안팎의 합계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이번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구성에 필요한 의석에는 이르지 못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정계에서는 총선 후 우파 연합과 집권 민주당이 손을 잡아 정부를 꾸리는 대연정이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로 관측되고 있다.
젠틸로니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친 EU 성향의 FI가 유로화와 난민 수용 정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동맹당, FDI와 철학적 간극이 큰 점을 지적하며 "우파 연합의 균열이 향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난민을 분노와 두려움, 분열을 퍼뜨리는 도구로 사용하는 정치인들은 완전히 잘못됐고,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역시 이탈리아의 난민 위기가 유권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 평가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난민 유입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 난민 문제를 예측불가능한 요인에서 예측 가능한 인자로 변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는 2014년 이래 약 60만 명의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쏟아져 들어오며 반난민 정서가 고조되고 있는 터라, 이번 총선에서 난민 문제는 일자리, 수 년째 정체된 경제 성장 등과 더불어 유권자의 표심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런 점을 의식, 작년 7월에 대다수의 아프리카 난민이 유럽으로 향하는 집결지인 리비아 정부와 협약을 맺고 리비아 정부가 지중해에서 난민 밀입국 업자를 단속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며 작년에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수는 전년에 비해 3분의 1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이끄는 동맹당은 집권 시 이탈리아에 체류 중인 수십 만명의 난민을 추방하겠다고 말하며 유권자들의 난민에 대한 피로감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한편, 젠틸로니 총리는 이날 기성 정치권을 부정하며 9년 전 창당된 제1야당 오성운동의 집권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오성운동은 때때로 올바른 문제제기를 하지만, 제시하는 해법은 끔찍하다"며 "오성운동이 스스로 집권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성운동은 현재 이탈리아 단일 정당 가운데에서는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다른 정당과의 연대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집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최근 국정 운영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오성운동의 정책에 동조하는 세력과는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밝혀 다른 정치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음을 내비쳤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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