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쿠웨이트에 필리핀인 근로자 전원 철수까지 경고하며 성 학대 재발 방지대책을 요구했다.
25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인도 정상회의 참석차 인도로 출국하기에 앞서 마닐라의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NAIA)에서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쿠웨이트에서 필리핀 여성이 성폭행당하고 자살하는 일이 한 번 더 일어나면 현지의 모든 자국민 근로자가 귀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쿠웨이트에 "우리 동포를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대우해달라"며 "우리가 가난하고 쿠웨이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필리핀 국민의 존엄성을 희생하면서 도움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리핀 정부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쿠웨이트에서 필리핀인 7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일부 가사도우미가 고용주의 성적 학대를 견디다 못해 자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사건이 불거지자 필리핀 정부는 지난 19일 쿠웨이트에 대한 근로자 신규 파견을 잠정 중단했다. 현재 쿠웨이트에서 일하는 필리핀인은 20만 명 안팎으로 대부분 가사도우미다.
그러나 쿠웨이트 정부는 필리핀 정부가 주장한 사건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라며 이 문제가 외교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칼리드 알 자랄라 쿠웨이트 외무차관은 "필리핀 정부로부터 관련 사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쿠웨이트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권익은 보장받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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