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파문한 중국주교에 교구 양위 요구…수교 임박했나

입력 2018-01-25 12:09  

교황청, 파문한 중국주교에 교구 양위 요구…수교 임박했나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교황청이 비밀리에 서품한 중국 주교 2명에게 퇴임과 함께 중국의 관영 천주교 애국회 주교들에게 교구를 내줄 것을 요구했다.
홍콩 명보(明報)와 성도(星島)일보는 바티칸이 최근 중국에 대표단을 파견해 교황청측 주교들과 면담을 갖고 이 같이 지시했다고 교황청의 해외선교 매체인 아시아뉴스(Asianews)를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아시아뉴스는 은퇴한 조지프 쩐(陳日君) 전 홍콩 추기경으로부터 이 소식을 확인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양위를 요구받은 성직자들은 각각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 교구의 좡젠젠(莊建堅·88) 주교와 푸젠(福建)성 민둥(민東)교구의 궈시진(郭希錦·60) 주교다.
교황청 서품을 받았으나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했던 이들 주교는 최근 중국 당국에 의해 임명된 황빙장(黃炳章·51) 주교와 잔스루(詹思祿·49) 주교에게 각각 교구를 넘겨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중국은 교황청의 간섭 없이 천주교 성직자를 독자 임명하겠다는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일은 중국과 바티칸 수교 협상에서 중대 돌파구가 마련됐음을 시사한다.
중국과 바티칸은 1951년 외교관계가 단절된 이후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취임과 함께 관계 개선의 기미를 보였으나 주교 임명 문제만큼은 양보없는 대치를 이어왔다.
양측 대표는 2016년부터 잇따라 협상을 갖고 있는데, 주교 임명 문제에 대한 모종의 절충안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교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006년 교황청으로부터 비밀리에 서품을 받은 좡 주교는 지난해 10월 두차례에 걸쳐 교황청으로부터 퇴위를 요구받다가 작년 말 베이징으로 압송돼 천주교 애국회 고위층, 국가종교국 당국자, 바티칸 대표단과 잇따라 면담을 가졌다.
바티칸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좡 주교에게 퇴임과 양위를 요구했으나 좡 주교는 눈물을 흘리면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천주교 애국회 가입을 거부해온 궈 주교도 지난해 부활절을 즈음해 1개월간 구금된 뒤 당국으로부터 '잔 주교에게 교구를 넘기고 보좌주교로 내려앉겠다'는 내용의 성명에 서명할 것을 요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바티칸 대표단은 푸젠에서 잔 주교와도 면담을 가졌다.
특히 산터우교구를 넘겨받게 된 황 주교는 오랫동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를 지내고 2011년 교황청에서 파문된 전력이 있다. 천주교 애국회와 천주교 주교단의 부주석을 겸하고 있는 중국 관영 천주교단의 대표 격이다.
명보는 중국의 한 가톨릭 신부를 인용해 양위를 요구받은 두 주교가 성직 생활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대만은 중국과 바티칸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교임명 문제에서 바티칸이 중국에 양보한 것은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타며 대만의 유일한 유럽 수교국인 바티칸과의 관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취임 이후 대만은 상투메 프린시페와 파나마를 잃으면서 수교국이 20개국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수교국의 상당수는 천주교를 믿고 있는 중남미 국가들이라는 점에서도 바티칸 단교의 파급력은 지대할 수 밖에 없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