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지서 시신 발견시 DNA 조사 예정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이스라엘이 건국 초기인 1950년대 발생해 약 70년간 의혹으로 남아 있던 예멘 출신 아동 집단 실종사건 조사에 박차를 가한다.
24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검찰은 이날 '도난당한 아동' 수색을 위해 아이들이 매장된 무덤을 열기로 해당 가족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는 예멘 출신 실종 아동 17명 가족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이뤄졌다.
이스라엘 검찰은 성명을 내고 이 합의로 예멘 아동의 매장지를 개봉하고 시신에서 DNA를 체취해 신원 확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 결정은 예멘 등지에서 온 아동들의 죽음과 매장에 관한 진실을 얻으려는 공공의 중요성을 고려해 내려졌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조사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
예멘 출신 아동이 집단적으로 실종된 이 사건은 이스라엘 건국 초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스라엘에서는 1948년~1954년 자국으로 유대인들의 집단 이주가 진행될 때 수백 명의 아기와 어린이가 의문에 휩싸인 채 실종됐다.
이들 실종 아동 대부분은 예멘 등지에서 온 '미즈라히' 유대인 가족 출신이다. 건국 초기 예멘의 가난한 가정 출신 유대인 5만 명가량이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당시 다른 아랍권 국가나 발칸반도에서 넘어온 유대인 이주자도 있었다.
실종 사건의 피해자가 된 대다수 부모는 일상적 진료나 치료를 위해 자녀들을 이스라엘 병원에 맡겼다가 갑자기 자녀들이 죽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정확한 사인과 매장 장소 등에 관한 설명이나 어떠한 공식 문서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이들 부모는 히브리어를 하지 못해 항의하거나 자녀를 직접 찾아 나서기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들 부모는 수년이 지난 후 자신의 자녀들이 실제로는 납치돼 유럽계 유대인 '아슈케나지' 가정에 입양되거나 팔려갔다고 주장했다.
1950년대 당시 이스라엘 병원 운영 책임자들 대부분은 유럽계 유대인들이었다.
이후 이스라엘에 조사위원회가 꾸려져 이 집단실종 사건을 추적했으나 그 실체가 전체적으로 확인된 적은 없었다.
이스라엘은 2016년 예멘 출신 실종 아동의 행적과 운명을 조사한 보고서 등 문서 20만 건을 공개했어도 관련 의혹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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