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공식 동결대 동결 상태"…올림픽 후 "공식화해야"

입력 2018-01-25 16:38  

"북·미, 비공식 동결대 동결 상태"…올림픽 후 "공식화해야"
국제분쟁단체 "평창이 만든 기회 못 살리면 4월 한반도전쟁 위기 높아진다"
"비핵화 목표 유지하되 긴장완화가 급선무"…"중국의 중재 역할이 결정적"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이 한동안은 실시되지 않을 것 같고 한국과 미국간 연합군사훈련도 뒤로 미뤄짐으로써 "비공식적인 동결 대 동결"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만큼, 이 기회를 활용해 올림픽이 끝난 후 미국과 북한 간 직접 대화를 통해 이를 "공식화"해 나가야 한다고 크라이시스 그룹(CG)이 주장했다.


국제 분쟁·갈등 해결을 목표로 활동하는 이 단체는 23일(현지시간) 발표한 2편의 보고서에서 '동결 대 동결'이 불완전하고 "양측 모두 기존 입장 일부를 희생하는 것이긴 하지만" 기회의 창이 이대로 닫혀 버리면 북한의 주요 기념일이 몰려 있는 오는 4월께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재개와 한·미 군사연습의 재개로 인해 한반도전쟁 위기가 급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이해 당사국마다 동결 대 동결로 잃는 것이 있지만 얻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북한 핵미사일 개발을 자신이 현저하게 늦췄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전임자들에 비해 훨씬 좋은 성적표라고 자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후속 협상이 성공하면 더욱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경우도 핵·미사일 시험을 중지함으로써 성능 향상 등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겠지만 "(핵 무력 완성이라는) 자신의 목표가 달성됐다고 주장하면서 대내 정통성 확립에 핵 무력에 못지않게 핵심적인 경제 공약 달성으로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중국은 북한에 동결 대 동결을 수용토록 압박하는 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 더 큰 적대감을 살 수 있으나, 긴장완화를 통해 한반도의 현상을 유지하는 게 자국 이익에 유리하며 국제사회 지도력도 과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모두 중국이 제안한 '동결 대 동결'을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보고서는 북한의 입장은 "모호"하고 미국도 "때때로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공식적으론 북한이 거부했고 미국 관리들도 북한이 이런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크라이시스 그룹이 인터뷰한 한 북한 관리는 "미국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동결 대 동결 주제에 동의했다고 제삼자가 우리에게 말해주면 그 제안을 긍정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북한 관리는 "동결 대 동결 개념은 과거 북한이 제기했었으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거부했던 만큼 이제 상호 동결 제안의 공은 미국 쪽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이 동결 대 동결에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등가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북한의 불법적인 활동을 중단하는 대가로 미국이 주권 행사를 자제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크라이시스 그룹은 그러나 "어떤 행위를 동결하는 것을 양보가 신뢰구축 조치"로 볼 것을 촉구했다. 그것이 "건설적인 대화의 기회를 최대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남북대화와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미뤄 패럴림픽이 열리는 3월 셋째 주까지는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할 것 같지 않고 한미 군사연습 역시 그때까지는 이미 연기된 만큼, "이런 상호적이고 상응적인 조치를 기반으로 올림픽이 끝난 후 곧 대화가 시작될 수 있으면 여기서 양측 동결의 구체적 내용에 대한 더욱 정확한 인식을 공식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단체는 말했다.
특히 동결의 구체적 내용으로, 북한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미국령을 타격하는 능력을 증대시키는 모든 장거리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과 핵실험을 동결하는 것은 물론 타국의 영공을 통과하는 미사일 발사도 중단"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한국과 연합군사연습을 재설계해, 북한이 특히 반발하는 김정은 겨냥 참수작전 훈련과 북한의 주요 국가기념일 농번기에 실시하는 훈련들을 동결하고 일부 정기 훈련 규모를 축소하며 일부 전략자산의 한국 배치도 동결"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 간 직접 대화를 통한 동결 대 동결 협상에 들어가고 협상 도중엔 동결 대 동결이 유지되도록 하는 데는 중국의 역할이 결정적일 것이라고 이 단체는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선, 동결이 유지되는 동안은 미래 대북 제재에서 김정은과 다른 고위 인물들 개인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것을 중국이 막아주겠다고 하고, 협력 대가로 여러 가지 경제적 혜택을 북한에 제공하는 것이다. 단, 북한이 원하면서 제재에 위배되지 않는 방안을 찾는 게 과제다.
미국에 대해선, 중국이 미국의 신뢰를 얻기 위해 한반도 비상상황 시 대응 방안에 대한 협의를 더욱 진전시키되 처음엔 정치성이 덜한 한반도 핵사고 같은 주제로 시작하고, 여기에 북한 핵 프로그램의 취약성을 잘 파악하고 있을 러시아를 참여시킬 수도 있다고 크라이시스 그룹은 제안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동결 대 동결 협상을 거부하거나 합의 내용을 위반할 경우 기존 안보리 제재를 더욱 철저하고 투명하게 이행할 것을 중국이 미국에 다짐하는 것도 있다.
크라이시스 그룹은 ▲올림픽이 끝나기 전에 미국이 중국과 한국은 물론 일본, 러시아와 현재의 '비공식 동결 대 동결'을 공식화하는 방안에 관한 입장을 조율한 뒤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북한과 공식 대화를 시작해 동결 대 동결에 대한 합의를 이루고 이어서 ▲핵 프로그램과 그 안전 문제에 관한 더 폭넓은 이슈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는 경로를 제시했다.
북한과 대화 입구에서 미국은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데 반해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지만, 이는 그대로 두고 긴장완화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일성 생일이 들어있는 4월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적기이고, 또 한·미 간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될 수 있는 시점이어서 "칼날 위에 선 한반도가 미래의 핵전쟁을 피하기 위해 오늘 핵전쟁을 벌이는 위험에 빠져들 수 있다"고 크라이시스 그룹은 경고했다.
y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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