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198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의 하나인 '부림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고영주(68)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주장에 대해 당시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거짓"이라고 증언했다.
부림사건은 1981년 교사와 학생 등 19명이 국가보안법 혐의로 기소돼 징역 1∼6년을 받은 사건이다. 고 전 이사장은 당시 수사검사였고, 노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의 변호를 맡았다. 참여정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훗날 사건 재심을 위한 변호를 맡았다. 대법원은 2014년 부림사건 피해자 5명에게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강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조정래 판사 심리로 25일 열린 고 전 이사장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 전 이사장은 이전 재판에서 2003년 7월께 강 전 장관과의 식사 자리에서 "제대로 된 인사를 해보고 싶다"며 대검 공안부장직을 제안받았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 강 전 장관이 전화를 걸어와 "제청 안을 들고 청와대에 간다"며 다시 한 번 제안해 부득이 수락했는데, 나중에 미안하다며 그 자리로 갈 수 없다는 전화를 해왔다는 게 고 전 이사장의 주장이다.
그 배경에 대해 고 전 이사장은 자신이 권위주의 정부 시절 공안 업무를 담당했다는 이유로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 비판적 의견을 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강 전 장관은 "당시 민정수석이 검사장 인사와 관련해 시시콜콜 의견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고영주 검사장에 공안부장직을 제안한 적도 없고, 특별히 중요하게 거론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2003년 3월 인사 때 검사장급인 자신이 검찰 한 기수 후배가 있던 대구고검 차장검사 자리로 옮긴 것도 불이익을 받은 예라는 고 전 이사장의 주장도 반박했다.
강 전 장관은 "서열파괴가 당시 검찰개혁의 원칙이었는데 한 기수 차이 가지고 서열을 따지는 건 문제가 있다"며 "참여정부에서 대검 감찰부장까지 해 승승장구 해놓고 무슨 핍박을 받았다는 거냐"며 말했다.
강 전 장관은 "제 말이 맞는다는 걸 증명하고자 거짓말탐지기를 하자"는 고 전 이사장 제안에는 "받을 이유가 없다"며 어이없다는 듯 웃기도 했다.
대표적인 '공안통'으로 평가받던 고 전 이사장은 대구고검 차장으로 간 이후 청주지검장, 대검 감찰부장을 거쳐 서울남부지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보수성향 시민단체 신년하례회에서 18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이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재판은 3월 29일 오후 4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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