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비즈로 작전 확대" 에르도안 위협에 경계 신호 보내
에르도안 "미국, 쿠르드민병대 무장 중단하라" 거듭 요구
터키 대통령실 "트럼프, 우려 표명 안 해" 백악관 발표 반박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과 터키 정상의 전화 통화 후 백악관이 공개한 성명에는 터키의 쿠르드 민병대 격퇴작전에 관한 미국의 입장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긴장을 늦추고 군사작전을 제한하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군과 터키군 사이에 긴장을 부를 수 있는 어떤 행동도 일어나지 않게 주의를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두 정상은 터키가 20일 시리아 북부 쿠르드 지역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는 작전에 돌입한 후 처음으로 대화를 나눴다.
공개된 내용으로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아프린 공격을 중단하라고 하기보다는 민간인 사상이 없도록 수위를 조절하라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린에서 무력충돌이 격화하는 데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터키 고위 인사들이 자주 쓰는 "파괴적이고 사실과 다른 반미 표현에 우려"했을 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군이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과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아프린 동부로 작전 범위를 확대하지 말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앞서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앙카라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비즈에서 시작해 국경을 따라 이 재난을 완전히 제거하는 계획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위협했다.
만비즈는 터키가 군사작전을 전개한 아프린으로부터 동쪽으로 120㎞ 가량 떨어진 쿠르드 도시로,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하는 미군이 배치된 곳이다.
터키군이 실제로 만비즈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면 아프린 작전과 달리 미국과 긴장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
따라서 에르도안의 만비즈 작전 위협은 만비즈에서 YPG를 철수시키고 미국은 YPG와 협력을 중단하라는 압박으로 풀이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도 YPG에 무장 지원을 중단하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듭 요청했다고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터키 대통령실 소식통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미국이 약속한 대로 만비즈에 있는 YPG는 유프라테스강 동쪽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YPG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 국제동맹군의 지상군 주력이나, 터키는 이들을 자국의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 테러조직으로 본다.
두 정상은 대테러전에서 양자 협력의 중요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며, 아프린 작전과 시리아 상황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린에서 무력충돌이 격화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적이 없다며 백악관의 발표를 반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파괴적이고 사실과 다른 반미 표현"을 우려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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