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은 거짓 루머다…메이 총리 대단히 존중한다"
(다보스 런던=연합뉴스) 이광철 황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불화설에 시달리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체면을 살려주려 애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에 도착한 뒤 첫 일정으로 메이 총리를 따로 만났다.
이날 면담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계기로 더욱 절실해진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가 영국에서 고조된 가운데 이뤄졌다. 영국 총리실이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영국 극우 정당의 반무슬림 동영상을 리트윗하자 메이 총리가 "잘못한 일"이라고 지적했고,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테리사 메이, 나한테 집중하지 말고 영국에서 일어나는 파괴적인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행위에 신경 쓰시라.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트위터를 통해 내달 예정된 영국 실무방문을 취소한다고 불쑥 밝혔다.
"런던 최고 위치에 있는 최상의 대사관을 껌값에 팔아치우고 12억 달러(약 1조3천억원)를 주고 후진 곳에 새 대사관을 지은 오바마의 팬이 아닌 데 있다"며 "나쁜 거래다. 나더러 (개관식 축하) 리본을 끊으라고 하다니 어림도 없다"며 취소 이유는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에게 돌렸지만, 트럼프의 태도에 대한 영국 내 불안을 증폭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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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영국 내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을 향해 "나와 메이 총리는 정말 좋은 관계에 있다. 일부는 믿지 않겠지만 나는 총리가 하는 일을 대단히 존중한다. 서로를 많이 좋아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같다는 게 내 느낌"이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우리 둘이 불편한 관계에 있다는) 거짓 루머가 있다. 나는 그걸 바로잡고 싶다. 우리는 총리가 하는 모든 것을 대단히 존중한다. 우리는 영국을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경제 개발과 무역 등에 공을 들이고 있고 군사와 관련해서라면 우리는 매우 친했다. 같은 아이디어들, 같은 이상들을 갖고 있고 우리는 영국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바라보며 "영국과 미국은 특별한 관계를 계속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양국 미래에 상호 유익한 좋은 무역 관계를 위해서도 일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다시 트럼프는 "양국 간 무역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며 이는 일자리 측면에서 양국에 좋다. 우리는 이를 고대하고 있고 그 절차를 시작하고 있다"며 메이 총리에게 힘을 실어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메이 총리가 양국 간 특별한 관계를 강조했지만 두 정상 사이의 뚜렷한 견해차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도착 직전 한 기조연설에서 "교역에 관해서 각국이 각자의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을 요구하면서 "말로는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있지만 우리의 행동은 너무도 자주 그러한 수사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정 탈퇴와 이란 핵 합의 이행 불인정,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한 것 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란 핵합의 수정을 추구하면서 '미국의 핵합의 탈퇴는 안 된다'는 메이 총리에게 협력 안 하면 미국은 빠지겠다며 압박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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