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오는 3월4일 시행되는 이탈리아 총선에서 '킹 메이커'로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안토니오 타이아니 유럽의회 의장을 차기 총리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5일 이탈리아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타이아니가 총리가 된다면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정치적인 야망이 없다. 그저 선거에서 이기고, 내 동료 가운데 총리와 각료를 선택하길 원할 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언론인 출신인 타이아니는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소속으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10∼2014년 EU 집행위원회 집행위원을 지냈고, 작년 1월 유럽의회 의장으로 선출됐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타이아니는 유럽에서 크게 존경 받는 인물로 나와도 의견이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
3차례 이탈리아 총리를 역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3년 탈세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여파로 2019년까지 공직 진출이 금지돼 이번 총선을 승리로 이끌더라도 직접 총리로 나설 수 없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공직 진출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이탈리아 정부를 상대로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소송을 제기했으나, ECHR의 판결은 총선 전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타이아니 의장을 총리 후보로 사실상 점찍은 것에 대해 우파 연합의 한 축인 극우정당 동맹당을 이끌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는 탐탁지 않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탈리아 정가의 관측이다.
유로화와 유럽연합(EU)에 대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며 '이탈리아 우선'을 외치고 있는 살비니 대표에게 유럽적 가치를 중시하는 현직 유럽의회 의장 타이아니는 너무 온건하다고 느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FI는 유럽연합(EU)과 난민에 반대하는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당, 이탈리아형제당(FDI)과 우파 연합을 결성, 이번 총선에 임한다. 우파 연합의 합계 지지율은 현재 37%에 달해 총선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신이 직접 총리가 되겠다는 야심을 공공연히 밝혀온 살비니 대표는 총선에서 더 많이 득표하는 정당에서 총리 후보를 내기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합의한 바 있다. 여론조사 결과 현 시점에서는 FI의 지지율이 동맹당보다 5%가량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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