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사임' 진은숙 "특정인 비난한다고 문제 해결 안 돼"

입력 2018-01-26 11:11   수정 2018-01-26 11:16

'서울시향 사임' 진은숙 "특정인 비난한다고 문제 해결 안 돼"
이달 초 돌연 사임 발표…"많은 부조리 존재하지만 이는 사회적 현상"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2일 서울시향 상임작곡가 사임을 발표한 진은숙은 "떠나는 마당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며 여전히 사임 이유에 대해 말을 아꼈다.
진 작곡가는 26일 연합뉴스와의 서면 및 전화 인터뷰에서 "자세한 내부 사정이나 떠나는 이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서울시향에도, 내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처럼 말했다.
다만 계약 연장의 권한이 있는 서울시향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인 점, 창작과 서울시향 일을 병행하기가 버거웠던 점 등을 들며 "그간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서울시향의 상임작곡가를 지내며 현대음악 시리즈 '아르스노바' 등을 주도한 진 작곡가는 이달 초 돌연 사임을 발표하며 그 배경에 많은 물음표를 남겼다.
그는 박현정 전 대표와 직원들 사이의 갈등으로 촉발된 일명 '서울시향 사태'로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사퇴하면서 함께 사임한 마이클 파인을 대신해 2016년부터 프로그램 기획·구성도 함께 책임져왔다.
서울시향에 12년간 몸담아온 진 작곡가의 급작스러운 사임 이유를 둘러싼 여러 관측이 쏟아진 가운데 서울시의회의 오랜 공격 및 압박이 주된 원인이 됐을 거란 분석도 나온다.
시의회는 한 사람이 서울시향 상임 작곡가로 장기간 활동하는 점, '아르스노바'의 저조한 수익성, 고액 연봉 등을 꾸준히 문제 삼아왔다.
실제 시의회는 올해 서울시향 예산을 당초 단체에서 제출했던 금액 대비 4억원 이상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10월 서울시향 패키지 티켓 판매 때에는 '아르스노바' 시리즈가 빠지며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진 작곡가는 "특정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고발하고 그들을 비난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적인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제 이런 답이 (사임의 구체적 이유를 궁금해하는) 많은 분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에 많은 부조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일종의 총체적 문제"라며 "부조리를 개인적 감정으로 대하기보다는 사회적 메커니즘이나 '현상'으로 바라보려 한다"고 덧붙였다.
'아르스노바' 수익성 논란에 대해서는 "서울시향을 떠난 상황에서 굳이 할 말이 없다"며 "다만 돈이 안 되는 것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 세상에 없어져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독일 베를린에서 지내고 있다. "향후 몇 년간 한국에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수년간 항상 뭔가에 쫓기면서 살았고 무엇을 해도 내가 뭘 하는지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절박하게 살았다"며 "오랜만에 찾은 자유와 평화로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신작 스케줄은 2023년까지 차있는 상태다.
그는 "올해 도이체 그라모폰 기념행사에 연주될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를 위한 작품을 쓰고 있고, 그 후엔 LA 필하모닉과 파리 오케스트라 위촉작품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이먼 래틀과 런던 심포니를 위한 신작도 준비 중이다. 그는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이 될 것이고, 아주 훌륭한 솔리스트가 초연할 예정인데 누구인지는 아직 공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진 작곡가는 서울시향이 한국과 아시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며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 올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잘 해내 갈 것"이라며 "현재 가장 급선무는 상임 지휘자 선출인데, 훌륭한 분을 잘 모셔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진은숙은 2004년 음악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그라베마이어를 비롯해 아놀드 쇤베르크상(2005), 피에르 대공재단 음악상(2010) 등 최고 권위의 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작년 10월 세계적 권위의 핀란드 '비후리 시벨리우스 음악상' 20번째 수상자로 선정되며 국제적 입지를 더 다졌다.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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