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공장 짓고 투자확대…자사주 매입·배당 증가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의 세제개혁 시행이 한 달을 경과하면서 기업들의 중역 사무실과 회의실이 술렁거리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5일 보도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도 묵혀두고 있던 기획안의 먼지를 털어내 기존 사업을 재검토하는가 하면 공장과 설비에 대한 신규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 의약품 제조회사인 애미커스 세라퓨틱스는 최근 유럽 대신 국내에 신규 생산시설을 건설키로 하고 최대 2억 달러를 투자키로 결정했다.
하기스 기저귀와 크리넥스 티슈를 생산하는 킴벌리 클라크는 최근 국내외의 10개 공장을 폐쇄하고 대규모 인력을 감축한다고 발표했지만 국내의 1개 공장에 대해서는 설비 교체를 추진할 방침이다.
케이터링과 유니폼 대여사업을 병행하는 아라마크는 세계개혁이 최근 완료된 2건의 기업 인수에 근 5억 달러의 세금 감면 효과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 것은 세제개혁을 통해 해외 소득에 대한 최저세율 적용, 제휴에 대한 감세, 설비투자비의 공제, 이자 및 영업손실 공제에 새로운 한도가 부과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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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굴지의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의 라월 맥커덤 최고경영자(CEO)는 "세제개혁이 시행된 지 겨우 30일이 지났을 뿐"이라고 밝히면서 "세제개혁이 함축하는 바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가속화할 수 있을지를 한창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해외유보금에 대한 한시적 과세조치가 결정됨에 따라 380억 달러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본국으로 들어오는 해외 유보금 가운데 3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할 것을 약속했다.
애미커스 세라퓨틱스가 국내에 공장 신설을 결정한 것은 세제개혁으로 입지 선정 문제가 해결된 데 따른 것이다. 이 회사는 중국기업에 하청을 주고 있던 신약 생산을 지난해 8월 자체 공장으로 이관키로 했다.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면 접근성, 우수 인력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유리했지만 법인세를 감안하면 유럽보다 크게 불리했다. 하지만 법인세를 21%로 대폭 낮추는 세제개혁안이 통과되면서 미국 공장은 어느덧 매력적으로 바뀌었다.
이 회사의 존 크라울리 CEO는 세제개혁안이 통과된 다음날인 지난달 21일 이사회에 미국에서 공장 부지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건의했다고 밝히면서 현재 후보지는 동부해안의 3개 지역으로 좁혀진 상태라고 덧붙였다.
세제개혁은 기업 인수합병(M&A) 여건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개월 동안 호텔용품 납품업체인 아벤드라, 유니폼 및 침구류 대여업체인 아메리프라이드 서비스를 총 23억5천만 달러에 인수한 아라마크가 그 실례다.
종전 세법에는 특정 자산을 인수하는 비용을 수년간에 걸쳐 분할 공제하고 있으나 새로운 세법에서는 즉시 공제를 허용하고 있다. 이번 세법은 신규 자산은 물론 중고 자산에 대해서도 동일한 혜택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신설된 조항 덕분에 아라마크가 설비와 기계류, 기타 유형 자산을 인수하는 데 지출하는 비용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아라마크에 따르면 2개 기업의 인수액은 세후 기준으로 18억6천만 달러다. 세전 기준보다 21%나 낮아지는 셈이다.
국내의 1개 공장에 대한 설비 교체를 발표한 킴벌리 클라크는 당초 구체적 일정은 잡지 않고 있었다. 회사 경영진은 다음달 이사회에 표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톰 포크 CEO는 세제개혁 시행이 국내 투자에 더 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 사업은 그 이전에도 타당했지만 그 이후에 더욱 타당해졌다"고 말했다.
1만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연간 9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식품 유통업체 유나이티드 내추럴 푸드도 세제개혁을 계기로 사업을 재검토하고 있다.
마이크 제크마이스터 최고재무책임자는 종전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간주된 사업들이 새로 재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 서부 해안 지역에 물류 창고를 신설하는데 따른 투자 수익률이 세제개혁 덕분에 4% 포인트 높아졌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유나이티드 내추럴 푸드는 천연·유기농 식품의 수요 증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고심하는 상황이어서 세제개혁은 이 회사로서는 투자에 나설 좋은 기회가 되는 셈이다.
이 회사는 아마존에 인수된 최대고객 홀 푸드에 힘입어 매출이 급증했지만 재고 부족, 높은 인건비, 보관비 탓에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물류 창고가 신설되면 수개월 안으로 유통과정의 병목현상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세제개혁의 효과를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거나 지나치게 서두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이유로 투자에 유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버라이즌은 올해 35억~40억 달러로 예상되는 세금 절감액의 대부분을 부채 상환, 자선단체 기부, 직원들에 대한 자사주 제공 등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주주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기업들도 없지 않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헌 CEO는 지점 확대와 신기술, 인력에 투자할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은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제개혁이 성과급에 대한 공제 혜택을 폐지함에 따라 경영자들이 받는 금전적 보상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넷플릭스는 3명의 최고위 경영자들에 대해 성과급 대신에 급여를 올려주는 쪽을 택했다.
에퀼라가 러셀 300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세제개혁으로 인해 총 920억 달러 규모의 세액 공제 해택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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