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서울 모 척추 전문병원 상대 민사 소송 일부 승소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30대 후반 여성 A씨는 2014년 허리통증과 함께 오른쪽 엉덩이 부위와 다리가 저린 증상에 시달렸다. 참다못해 같은 해 11월 서울의 한 척추·관절 전문병원을 찾았다.
입원 후 척추 엑스레이(X-ray)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은 그에게 의사는 4∼5번 요추(허리뼈) 사이에서 추간판 탈출증이 보인다고 말했다.
흔히 허리디스크로 불리는 추간판 탈출증은 척추뼈 사이에서 일종의 충격 흡수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옆으로 삐져나오는 병이다. 삐져나온 추간판이 주변 신경 뿌리를 압박하면 허리통증·저림·마비 증상 등을 동반한다.
A씨는 곧바로 수술을 받는 대신 보존적인 치료 방법인 신경주사를 맞고 하루 뒤 퇴원했다.
그러나 보름 뒤 다시 허리통증이 재발해 병원을 찾았고 이번에는 내시경을 이용한 추간판 절제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은 비교적 간단하게 끝났지만, 오른쪽 발목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발목 근력이 떨어져 발이 자꾸 아래로 쳐지는 '족하수' 현상이었다. 수술 전에는 한 번도 겪지 못한 증세였다.
오른쪽 발에 무딘 감이 심해지고 근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재진단 결과 오른쪽 발로 이어지는 신경이 손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수술을 받기 전 허리 치료를 받은 적도 없었다"며 "병원 의료진이 무리하게 수술을 권유했고 그 결과 신경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의료진은 수술 당시 A씨의 4∼5번 요추 사이의 디스크 속으로 정확하게 내시경을 삽입해 탈출 된 디스크 조각을 레이저 등으로 제거했다"며 "수술 도구에 의해 직접 신경 손상을 일으키지 않은 만큼 어쩔 수 없이 발생한 부작용으로 보여 과실이 아니다"고 맞섰다.
이어 "A씨가 통증 치료를 선택했음에도 통증이 심해지자 수술을 하게 된 것"이라며 "A씨에게 필요한 수술이었고 무리하게 권유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인천지법 민사16부(홍기찬 부장판사)는 A씨가 이 척추·관절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모 의료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에게 치료비와 위자료 등의 명목으로 1억8천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해당 의료법인에 명령했다.
재판부는 의료진이 치료 방법을 잘못 선택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의료상의 과실 외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간접 사실만 증명돼도 의료 과실로 볼 수 있다"며 "A씨의 경우도 해당 수술을 받기 전에는 전혀 신경 손상과 관련한 증상을 보인 적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수술 중 진료상 과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요추 추간판 절제술을 시행하는 의료진은 신경 손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히 주의해야 할 의무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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